"노후 대비해야지"…10조 몰린 '라이프사이클 펀드'
4년새 설정액 5배나 급증
생애주기 맞춰 자산배분
젊을땐 위험자산 늘리고
나이들면 안전자산 늘려
고령화에 발 빠르게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라이프사이클 테마 펀드 설정액이 이달 12일 기준 10조316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보다 설정액이 많은 테마형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퇴직연금, 연금저축뿐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설정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설정액 규모는 최근 5년 동안 약 5배 급증했다. 2019년 2조1951억원에 그쳤던 펀드 규모는 2020년 3조3065억원, 2021년 6조4572억원, 2022년 8조313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 추이에 따라 노후 준비용 장기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21.59년으로 추정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현재 추이로는 이르면 2055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들이 추가로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령화로 노후 자산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 사적연금제도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2055년 은퇴 예정인 1990년대생이 아직 본격적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에 가입하지 않아 향후 신규 가입자는 TDF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투자자의 연령대에 맞춰 자산 구성과 목표 수익률을 알맞게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주로 TDF와 타깃인컴펀드(TIF) 두 가지로 구분된다. TDF는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렸다가 나이가 들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더하는 구조다. TDF 상품은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따라 상품명 뒤에 적힌 숫자가 바뀐다. 예를 들어 상품명에 2050이 들어가 있다면 해당 상품은 은퇴 시기가 2050년 전후인 투자자가 대상이며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자산이 자동 재조정된다. TIF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일정한 현금흐름(배당·이자)을 창출하는 상품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총 222개에 달한다. 이 중 지난 1년 동안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은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TDF2050 펀드로 약 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 비중이 36%로 높다.
지난 1년 동안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은 S&P500지수와 채권형 ETF 비중이 높은 KB다이나믹TDF2030 펀드로 1352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 펀드와 신한마음편한TDF2050 펀드의 1년 수익률도 각각 13%로 높았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 펀드도 11%의 수익을 거뒀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에 따라 특정 TDF 상품을 미리 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는 디폴트옵션 시행을 계기로 TDF가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며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TDF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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