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mRNA 백신 개발자들에게 돌아갔다. 백신이 상용화된 지 3년 만에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비상 사태에 인류 건강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mRNA 백신이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었던 것은 20년간 꾸준히 진행된 기초연구에 제약사와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폭발적인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벤처, 글로벌 제약사, 국내 제약사 할 것 없이 백신을 신속하게 공급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한 산업군 안에 있는 여러 주체가 소속, 국적, 규모의 경계를 허물고 오직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했다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이 소요되고 성공 확률도 낮다. 그런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갈수록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고 맞춤 치료의 시대가 열리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
이미 국내외 많은 제약사가 매출의 높은 비중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중 오픈이노베이션은 R&D의 중요한 한 축이다. 과거에는 글로벌 제약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해 신약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바이오테크에서 발굴한 후보물질을 도입하거나 투자 혹은 인수를 통해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트렌드다.
필자의 회사도 R&D 비용 절반을 오픈이노베이션에 투자하며 현재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12개 치료제를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개발했다. 실제 임상시험 중 60%는 외부와 협력하며 300개 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과 기초 임상단계 협력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치료제 위탁생산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이렇듯 전 과정(value chain)에 있어 보다 빠르게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공급하고자 기업·연구기관 등과 파트너십을 확장해나가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는 산업 생태계를 다각화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제약사는 기존에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보강해줄 물질을 찾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스타트업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우리 회사도 다양한 질환 분야에서 아직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물질을 찾기 위해 국내 여러 기업과 파트십을 맺거나 지원하고 있다. 매해 서울시와 함께하고 있는 서울-BMS 이노베이션 스퀘어 챌린지는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국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우리 기술력이나 경험을 공유하면서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더욱 빠르게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하루빨리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열린 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의 노하우와 역량, 자본, 플랫폼을 공유하는 오픈이노베이션 DNA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혜영 한국BMS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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