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구글·메타와 소송하는데 대응 예산 2억뿐... AI 규범 주도”

김은성 기자 2023. 10. 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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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신생 조직이다 보니 소송 관련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제약입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대기업 등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수억원대 처분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과 비례해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보위는 지난해 9월 구글과 메타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각각 692억4100만원과 308억6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구글·메타가 불복해 올해 2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고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는 32억원의 소송 예산이, 국세청은 80억원 가량의 예산이 잡혀있는데 개보위 예산은 2억원”이라며 “국내외 기업들의 반발로 무게감 있는 소송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실무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2020년 8월 설립된 개보위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감독기구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신기술의 등장으로 국내외에서 새로운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하지만 200여명이 안되는 작은 규모라 송무 전담 조직 등을 별도로 갖출 여력이 없다.

AI 규제 이슈도 중요한 과제다. 고 위원장은 “취임 이래 목격한 가장 큰 화두는 챗GPT”라며 “AI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일상에 파고들어 이에 대한 고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볼지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AI 규제 방향성이 다른 것과 관련해 한국만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소비자 시장 입장이 전제된 EU와 달리 한국은 독자적 AI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고, 미국은 기업 위주의 협의체가 중심이라 시민단체와 소비자의 목소리가 덜 반영된다”며 “현실이 다른 우리는 제3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EU의 AI 법체계 모델을 참조해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한국 모델을 개발해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궁금한 점을 풀어줘야 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며 “균형감을 갖고 외교적 논의로 한국만의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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