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본 최대 유소년 농구축제로 자리잡기까지, 도키메키컵의 역사와 의미

서호민 2023. 10. 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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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농구협회 타나베 요시아키 회장
[점프볼=서호민 기자] “기본적으로 실력이 최고여도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 훗날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갈 아이들이다. 그래야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강남 삼성 유소년 농구클럽 U12 대표팀이 우승해 화제를 모았던 일본 도키메키컵은 서일본 지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소년 농구대회이다. 도키메키컵은 1996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햇수로만 25년을 넘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올해로 25회 째를 맞은 도키메키컵에는 한국의 강남 삼성 유소년 농구클럽을 포함해 일본 규슈 일대 상위 23개 팀 등 총 24개 팀, 3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도키메키’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두근두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일본 유소년 농구 꿈나무들로 하여금 ‘(대회를) 기다리게 만들자, 오고 싶은 대회로 만들자’는 의미에서 대회명이 지어졌다고 한다. 도키메키컵이 1996년 창설해 서일본을 대표하는 유소년 농구대회로 자리매김 한 데는 독특한 배경이 있다. 규슈농구협회 타나베 요시아키 회장을 통해 도키메키컵의 유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타나베 회장은 “사실 시작은 2팀이었다. 여기에도 스토리가 있다. 1996년 당시 전국 대회를 제패하고 다니던 후쿠오카 유소년 팀과 오사카 유소년 팀이 연습경기를 하곤 했었는데 그 때 당시에는 오사카 팀이 연습경기에서 후쿠오카 팀에게 매번 깨졌다. 오사카 팀은 농구 열정이 대단한 팀이었다. 계속 깨지더라도 부딪히며 성장하길 원했다”며 “그런데 어느 날 오사카 팀에서 우리끼리 교류전을 하지말고 규슈 지역 팀들을 초청해 전국적인 대회로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우리 역시 이 제안에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그것이 도키메키컵의 시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 단위 대회가 매년 겨울 열리는데 도키메키컵은 전국 대회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다. 여름방학 때 갈고 닦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매년 일본 각 지역에서 크고 작은 유소년 농구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사실 3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 동안 명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도키메키컵은 규슈농구협회를 중심으로 풀뿌리 농구에 진심인 지역 농구 원로, 관계자들이 한 데 뭉쳐 나날이 성장을 거듭했다. 그 덕분에 참가 팀들의 수준도 높아졌고, 이제는 명실상부 서일본을 대표하는 유소년 농구대회로 자리 잡게 됐다.

타나베 회장은 “규슈에 있는 각 지역 농구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했기에 지금까지 명맥이 유지될 수 있었다. 또, 글로벌 아레나에서 최고의 운동시설과 숙박시설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지역 원로 분들께서도 매년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다. 사실 이런 분들의 지원 없이는 대회가 유지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키메키컵은 일본 내에서 엄격하고 보수적인 대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농구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인성과 예절이다. 실제 대회에 출전했던 일본 팀 선수들을 보더라도 대회장 내에서 상대방에게 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었다. 이에 대해 타나베 회장은 “보수적이고 엄격하지만 대회 창설 초기부터 이 대회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예의 범절이 불손한 팀들은 배제 시킨다. 물론 실력이 뛰어난 팀들이 참가하면 좋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최고여도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 훗날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갈 아이들이다. 그래야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보수적인 집단 특성상 지난 해까지 24년 간 대회를 개최하면서 해외 팀을 초청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규슈농구협회는 올해부터 이러한 틀을 깼다. 한국의 강남 삼성 농구클럽을 초청해 국제대회로 확장한 것. 초청 자격으로 도키메키컵에 참가한 강남 삼성 농구클럽은 이 대회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강남 삼성 농구클럽을 초청한 이유에 대해 묻자 “강남 삼성 팀이 후쿠오카에 몇차례 농구캠프를 온적이 있다. 그 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선수들의 기량과 팀웍도 좋은 데다 농구를 대하는 자세가 열정적이었다. 강남 삼성 측과도 몇 차례 교류를 통해 교감을 쌓았고 협회 내부적으로 이번 대회에 한번 초청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모아졌다. 한일 유소년 농구 교류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봤다”며 “강남 삼성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반대로 일본 팀들에게는 또 다른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아마 내년, 내후년에는 몇 개국을 더 초청해 국제대회로 확장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타나베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본 대회의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앞서도 언급했듯 물론 농구를 잘하면 좋겠지만 타 지역 친구들과 농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류하며 올바른 인격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도 대회의 궁극적인 취지와 의미를 잘 되새겨 내년에 더 즐거운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규슈농구협회 임원진, 강남 삼성 유소년 농구클럽 코치진
#사진_서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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