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낙점받은 중형PEF, 성장기업에 베팅
대형PE 쏠림 상황서 선전
반도체·2차전지 투자 주력
연기금·공제회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올해 사모투자펀드(PEF) 출자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주요 대형 PEF 운용사들이 전체 출자 자금의 약 70%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금 모집을 진행 중인 중형 운용사들은 남다른 운용 노하우와 투자 성과를 앞세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자사업을 진행한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8개 기관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펀드) 출자액은 총 2조29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관의 지난해 출자액(1조9950억원)에 비해서 15%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들이 마련한 출자자금 중 약 70%(1조6600억원)는 대형 운용사들(펀드 최소결성액 5000억원 이상 조건)에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일부 주요 기관들이 올해 대형사 위주로 PEF 출자사업을 진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도 고금리 지속 등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으로 자금 운용이 여의치 않다 보니 투자와 회수 능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대형 운용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자금모집에 나선 중소형 PEF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노란우산공제회가 각각 2곳의 운용사를 선발하기 위해 진행한 대형·중형·소형 분야 PEF 위탁운용사 선정에는 중형과 소형 분야에 각각 11곳과 7곳의 운용사가 출사표를 던져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4곳이 지원한 대형 분야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노란우산공제회는 대형과 중형, 소형에 각각 1300억원, 900억원, 4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 일부 중형 PEF들은 나름 돋보이는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출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눈길을 끈다. 에코프로비엠·성일하이텍 상장으로 5~7배 투자대박을 냈던 BNW인베스트먼트는 올해 국민연금 숏리스트에 중형 운용사 중 유일하게 포함돼 존재감을 과시했다. BNW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 혁신성장펀드(890억원) 수출입은행(300억원) 등으로부터 3000억원 가까이를 출자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약 4000억원을 목표로 3호 블라인드 펀드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집이 완료되면 누적운용자산(AUM)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견·중소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케이스톤파트너스도 4000억원 규모 5호펀드 모집이 순항 중이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산업은행(600억원), 교직원공제회(400억원), 수출입은행(400억원) 등에서 2000억원가량을 모은 상태다. 5호 펀드 역시 미드캡 M&A 투자에 방점을 찍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3000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 제이앤 프라이빗에쿼티(PE) 역시 최근 교직원공제회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400억원을 출자받는 등 자금 모집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호 펀드 역시 앞선 펀드처럼 그로스캐피털 투자 전략(성장기업 투자)에 주력할 예정이다. 투자업종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의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타깃으로 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현준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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