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 50% 주주에 돌려주겠다"는 서울보증보험
업계 독보적 지위…배당성향 50% 유지
국내 유일의 전업보증보험 회사인 서울보증보험이 설립 25년 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이 높은 고배당주 전략을 짜 기업공개(IPO) 흥행을 노리고 있다.
다만 보험계약 당사자간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손해를 보상해 주는 보증보험 특성상 사업이 경기 침체에 매우 민감하고,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관련기사: [IPO워치]'최대어' SGI서울보증보험, 오버행 이겨낼까(10월3일)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내달 3일 코스피 시장에 새로 입성할 계획이다.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후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청약은 25~26일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민간 보증시장 점유율 '54.1%'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의 합병으로 1998년 출범한 서울보증의 가장 큰 강점은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다. 예컨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범위가 건설업, 주택금융으로 제한된 것과 달리 서울보증은 보증보험업을 전업으로 하고 있어 모든 영역에서 시장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보증시장에서 서울보증 점유율은 24%를 기록했다. 민간 보증시장으로 좁히면 절반(54.1%)이 넘는다.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지난해말 452조원의 보증잔액을 기록했으며, 지난 6년(2017~2022년)간 약 10%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영위하는 사업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작년말 기준 서울보증의 합산비율은 67%로 DB손해보험(101%), 삼성화재(102%), 현대해상(103%) 등 국내 상장 손보사보다 낮았다. 합산비율은 보험사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수치로 100%보다 낮으면 상품판매시 보험사가 흑자를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무건전성은 업계 최고수준이다. 올 상반기 기준 서울보증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406.4%에 달한다. 보험업법상 규제비율(100%)을 4배 이상 웃돌고, 국내 일반 손보사의 평균 비율(222.7%)도 큰 폭 넘겼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Fitch)로부터 각각 A+, AA- 신용등급을 확보중이다.
서울보증의 매력적인 배당정책은 국내외 투자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작년 결산 기준 업계 최고 수준인 50.2%의 배당성향으로 12년 연속 배당을 시행한 서울보증은 최근 10년간 평균 주주환원율 54.2%를 기록했다. 회사는 상장 이후에도 지급여력비율 등을 고려해 현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회사가 벌어들인 주주 몫 순이익 가운데 절반 정도를 배당금으로 책정하겠다는 의미다. 전년 대비 순이익 42%↓
새 보험업 회계제도(IFRS17)로 보험업계가 실적 부풀리기 의혹 등 몸살을 앓고 있지만 서울보증에겐 '남의 일'이다. 보유하고 있는 보증보험상품이 1~2년짜리 단기인데다, 금리민감도도 낮아서다. 규제 변화와 금리 리스크에서 다른 보험사 대비 자유롭다는 뜻이다.
본업인 보증보험업에서 착실히 실적만 쌓으면 된다는 얘기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보증보험 특성상, 경기에 따라 실적 부침이 클 수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년동기 3241억원 대비 42% 감소했다.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보증보험 수지가 악화된 영향이다.
서울보증은 "올해 4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연간 순이익은 4561억원이었다.
다만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배당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당기순이익을 4000억원으로 가정해 배당성향 50%를 적용할 경우 주당배당금(DPS)은 2875원으로 감소하게 된다"면서 "이 경우 DPS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배당성향을 70%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698만2160주를 공모하며,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지분(93.85%)의 일부를 매출한다. 공모 주식 전량이 구주 매출이다. 일반적인 기업 상장과 달리 상장자금이 회사의 성장 등에 활용되지 않는다.
공모후 지분율은 예금보험공사 83%, 공모주주 8%, 기존 주주 6%, 우리사주조합 2%, 미래에셋증권(주관사) 0.08%이다. 희망 공모가는 3만9500원∼5만1800원으로 공모금액은 2758억∼3617억원이다. 상장후 예상 시가총액은 2조7580억∼3조6168억원 수준이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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