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만 앞선 “반지하 퇴출” 대책…지난해 LH 반지하 매입 ‘0건’

심윤지 기자 2023. 10.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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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지하층 매입입대 지상 이주 20%뿐
“매입 어려운 반지하, 이주대책 마련 중요”

지난해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를 계기로 마련된 정부의 ‘반지하 퇴출’ 대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반지하 주택을 한 건도 매입하지 못했다. 반지하·지하층에 살고 있는 매입임대주택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한 비율도 20%대에 그쳤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지하층주택(반지하) 매입 사업’의 매입 실적은 0건이었다.

2022년 8월8일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집안에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층이 9일 물에 잠겨 있다. 박하얀 기자

해당 사업은 상습침수지역에 있는 반지하 주택을 LH가 매입해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철거·신축해 활용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8월 폭우로 서울 관악구 동작구 일대 반지하 주민 4명이 숨지자 정부는 집중호우 등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을 퇴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LH는 건령 20년 미만으로 상태가 양호한 주택은 기존주택 매입 방식으로 활용하고, 이보다 노후한 주택은 신축 매입약정(철거 후 신축) 방식으로 매입하겠다는 세부 대책을 내놨다. 집주인·임차인에게는 인근 매입임대 우선입주권이나 신축 건물 사전분양 등을 이주대책으로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업 첫 해인 지난해 매입 실적은 물론 신청률도 저조했다. LH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매입공고를 냈으나, 신청 건수는 화성 2건·수원 3건으로 총 5건에 그쳤다.

LH는 매입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복잡한 사업 절차와 부족한 인센티브를 꼽았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임차인을 내보내야 하는 등 사업의 난이도는 높은데 비해, 사업자가 참가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짧은 접수 일정(7주) 탓에서류 구비나 세입자 협의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점, 매입 지역은 경기와 인천으로 한정된 점 등도 들었다. 2020년 기준 전체 반지하의 61%(20만 가구)가 몰려있는 서울 지역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반지하 매입 시행을 맡고 있었다.

저조한 실적에 LH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지난 7월부터 사업 대상지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사업 방식은 기존주택 매입과 신축약정 매입에 ‘공공방식 리모델링’을 추가하고 연중 상시접수로 전환했다. 사업자가 집주인과 신축 건물 사전 분양 물량을 직접 협의하게 한 조항은 없애고, 사업자 선금지급율은 토지분 감정평가액의 50%에서 60%로 높이는 등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하지만 이정도 제도 개선으로 반지하에 ‘비자발적’으로 거주하는 이들을 지상층으로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반지하 주택은 자가 소유자들도 갈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매입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이들을 나오게 하려면 매입평가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 이주대책은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한데 지금은 반지하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국의 LH 전세임대 주택에서 반지하 및 지하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8월말 기준 2.5%(서울 6.5%)였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정부의 ‘주거상향 사업’을 통해 이주를 완료한 지하층 매입임대 거주자는 전체 1810가구 중 413가구(22%)에 그쳤다. LH는 기존 임대 조건을 2년간 유지하고 가구당 40만원의 이사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사에 드는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해석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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