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부산 국제영화제의 도약
거대 플랫폼 없인 성공 어려워
부산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
전세계 관계자 2천여 명 찾아
韓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부산의 가을은 영화의 계절이다. 올해로 28년째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 '한국이 싫어서'라는 장재건 감독의 영화를 시작으로 10일간 69개국 206편의 공식 초청작을 영화 팬들에게 선보였다. 세계적 스타 주윤발을 비롯해 한국의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 윤여정, 송중기 등 한류 스타들이 참석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또 한편에는 스타들의 스포트라이트만큼이나 중요한 움직임도 있었다.
영화제와 함께 개최된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ACFM)이 그것이다.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린 이 행사는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판권을 놓고 영화와 영상 산업 관계자들이 구매 경쟁을 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는 49개국 877개 업체가 참여했다. 다양한 국가의 세일즈사, 바이어, 프로듀서, 투자자, 판권사 등 무려 2000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은 영화·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도서, 웹툰, 웹소설, 스토리 등 원천 지식재산권까지 총망라해 거래할 수 있는 종합 콘텐츠 거래 시장이다. 한국이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콘텐츠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지만 유통을 위한 플랫폼 부문에서는 아직 초라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 최대 영상 플랫폼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흥행을 보여 전 세계 무려 1억4000만가구가 시청한 바 있지만 그 과실은 대부분 넷플릭스에 돌아갔다. 넷플릭스는 약 240억원을 투자해 총 1조원 정도의 수익으로 무려 400배의 수익률을 얻었다 하나 한국 제작진의 수입은 초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많은 한국 드라마가 거대한 자본을 가진 외국의 초대형 플랫폼 회사에 종속되고 있다. 즉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과실은 남이 따가는 형국이다. 한국도 콘텐츠뿐 아니라 플랫폼을 비롯한 미디어 산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산업적인 지탱 없이는 문화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콘텐츠의 최강자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플랫폼에 진출했고, 플랫폼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여타 국가의 문화 산업을 흡수하거나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아무리 우수해도 이들 대형 미디어 제국을 거치지 않고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렵다.
국내에서는 CJ그룹 정도가 콘텐츠와 플랫폼을 망라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지향하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티빙이나 웨이브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한때 드라마 제작을 주름잡던 방송국들은 시청률 하락과 재정 악화 때문에 드라마 제작에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활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K팝의 경우 SM, 하이브 등 기획사들은 나름대로의 실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일찍이 문화를 산업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국내 공영방송국들도 과거에는 많은 투자를 통해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제작해 아시아 및 세계 시장을 제패한 바 있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과거처럼 단순히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하드파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문화, 미디어 등을 통한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미디어 부문은 갈수록 산업화, 기업화, 대형화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추세다. 이런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모범적인 사례가 된다. 단순히 콘텐츠 소개 행사로 시작해 문화 산업을 이끄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 점이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외교부 문화협력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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