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벽 못 넘은 정의당···이정미 지도부·재창당 ‘빨간불’
기후·녹색 주축 신당 창당에도 차질
지도부의 노선 전면 재설정이 과제
정의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2%를 채 받지 못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상등이 켜졌다.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정의당은 득표율 1.83%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한 뒤 혁신 재창당을 추진하는 와중에 받아든 중간 평가이자 이정미 지도부 1년에 대한 평가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노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미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지난 1년간 정의당의 혁신 노력이 국민들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며 “뼈를 깎는 성찰과 근본적 변화가 없이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은 선거를 이끈 당 대표에게 있다. 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거취 문제까지 포함해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3일 긴급 광역·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의원단, 대표단, 시·도당 위원장 등 여러 단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도 저조한 득표율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의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3당으로서 확고한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지율 10% 정도를 목표로 했지만, 서울에서 당 지지율이 4~5% 정도 나오는 점을 감안해 5% 이상을 넘기면 충분히 목표를 이룬다고 봤다”며 “양당이 세게 맞붙으면서 많이 어려워지겠다 했지만 1.83%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단히 당혹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이정미 지도부는 연이은 선거 패배로 취약해진 당 기반을 되살리기 위해 혁신 재창당을 추진 중이었다. 기후·녹색과 노동을 주요 기조로 하는 신당 창당 추진 사업을 진행해 11월 초 당 대회에서 경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거 참패로 이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노선을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이 양당과 차별화된 의제 없이 단순히 양당의 비호감에 기대어 제3지대에 투표해달라는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천착한 의제가 더불어민주당과 무엇이 달랐느냐는 비판이다.
한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재창당 노선에 대해) 논의를 했을지라도 시민들한테는 ‘정의당이 어떻게 바뀔 거냐’를 못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진보정당은 사회·경제적 문제, 먹고사는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서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타겟팅했어야 한다”며 “‘친윤석열도 친이재명도 아닌 오직 주민 편’이 선거 슬로건이었는데 되게 펑퍼짐한 메시지다. 미니 정당인데 그랜드 전략을 썼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선 유독 소수 정당이 힘을 받지 못했다.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후보 득표율을 합쳐도 3.42%에 불과하다. 정의당 내에서도 양당 체제가 공고화되며 제3지대 자리가 좁아진데 대한 우려가 나왔다. 정의당의 대응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정치 지형 자체가 점점 더 제3지대를 노리는 정당들에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진보 진영에는 윤석열 정부 심판, 즉 ‘반윤 전선’ 외에 다른 여지는 없다는 걸 보여준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거대 양당 체제는 상수였던 만큼 이것으로 저조한 득표율을 해명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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