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투자포럼] “산업 다변화 중동, 폭발할 AI 혁명… 위기 너머 기회를 보자”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각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시도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가늠하고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비즈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2023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을 개최하고 국내외 경제 전문가의 혜안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조선비즈의 경제 전문 포럼이다. 매년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이사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행사에는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업 관계자와 대학생·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청중 300여명은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의 투자 조언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 석유·가스 의존도 줄이려는 중동…노동인구 계속 늘어나는 인도
기조 강연의 포문을 연 마크 나심(Marc Nassim) 아와드캐피털(Awad Capital) 파트너는 중동 국가들이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경제 구조를 구축하려는 지금이 가장 좋은 중동 투자 기회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현재 중동의 가장 중요한 경제 과제는 다변화”라며 “석유 가격이 치솟는 오일 붐(boom)이 있으면, 그다음엔 가격이 꺼지는 오일 쇼크(shock)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딜로이트 중동 금융자문서비스 고객과 시장 부문 책임자, AR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파트너, 달 알 말(Dar Al Mal) 기업 개발 책임자 등을 거쳐 2015년 아와드캐피털에 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한 중동 지역 투자 전문가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이 관광 산업을 촉진 중이고, 특히 사우디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재생에너지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며 “헬스케어·교육·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커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중동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의 경제 허브는 이라크·시리아·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닌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된 사우디·UAE 등 걸프 지역”이라며 “일부 분쟁이 발생했다고 해서 중동 전체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자인 김응기 BTN 인디아(India) 대표는 인도가 미국·중국과 더불어 G3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라고 소개했다. 인도연구원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위촉 인도 민간대사 등을 역임 중인 김 대표는 인도가 2010년 글로벌 투자 대상국 21위에서 지난해 9위로 뛰어오르며 성장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데 인도는 2047년까지 노동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난다”며 “구매력이 강해지는 만큼 한국 기업이 소비재를 생산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인도 인구의 절반이 아직도 칫솔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이걸 ‘기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걸 미개한 나라 정도로 보고 끝내면 안 되고,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미 일본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기업을 인도 시장에 진출시켰다”고 했다.
◇ 인플레 고착화 위기에도 첨단 산업서 찾아보는 기회
특별 강연자로 나선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 저자이기도 한 오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정부는 돈을 쉽게 풀지 않고, 시장 참여자는 투자를 줄인다”며 “그러면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의지도 약해지고, 결국 세계 경제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 안정 목표치는 2%로 여겨진다. 오 팀장은 “2022년 3월 이후 여태까지 2%를 계속 웃돌고 있고, 이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금리 인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방 압력을 가하는 녹록지 않은 거시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날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넥스트플랫폼분석팀장은 어수선한 경제 상황에도 투자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소개했다. 박 팀장은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AI 대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에 관련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이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팀장은 AI 시대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엔비디아를 꼽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되짚어 보면 산업이 태동하고 2~3년 지난 후 살아남은 업체가 10년간 돈을 벌었다”며 “엔비디아는 AI가 학습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독점적으로 생산한다”고 했다.
◇ “주주제안으로 저평가 극복…메자닌 만기 기업 주의보”
올해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투자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대주주 1명이 지분 30%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 문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주제안 등을 통한 행동주의에 나서면 저평가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겸 유튜브 ‘채부심’ 대표는 국내 부동산 가격 수준을 진단했다. 서울 주택 가격이 현재 전고점 대비 평균 82%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는 게 채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환경에서 현 주택 가격이 유지되긴 어렵다”며 “2024년 시장금리와 상품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규봉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경기 하강과 고금리로 요약되는 요즘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투자하려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금융 상품) 만기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곧 메자닌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 현금 흐름이 부실해 주주 피해가 우려되는 회사는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은 국내 자산가들의 ‘부(富)의 이전’ 방법을 소개했다. 김 부센터장은 “초고액 자산가는 상속보다 증여에 대한 문의를 더 많이 하는 편”이라며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증여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했다. 증여세는 10년 동안 증여한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증여세를 아끼려면 증여 공제를 활용해 10년 동안 나눠서 해야 한다는 게 김 부센터장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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