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선거판 페니실린
'페니실린'은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항생제다. 1928년 스코틀랜드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이 페니실린을 푸른곰팡이에서 분리했고, 다른 세균에 대해 항균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40년 주사제로 만들어졌고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플레밍은 그 공로로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페니실린이 약 100년 만에 한국 정치판에도 소환됐다. 비명계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라고 진단했다. "당이 변화보다는 현재의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큰 표차로 압승했지만 오히려 내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페니실린은 당장의 통증은 줄여주지만 인체에 내성이 생길수록 약발이 잘 듣지 않고 부작용이 늘어난다.
민주당은 과거 비슷한 전례가 있다. 지금처럼 야당 시절인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여당의 나경원 후보를 7.2%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4개(강남 3구와 용산)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긴 압승이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127석을 얻는 데 그쳐 152석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에 참패했다.
당시 민주당은 옛 동교동계와 친노·시민단체 출신들이 계파 싸움을 벌였고 신생 정당으로 쪼개지며 야당 표를 분산했다. 보궐선거 압승에 도취돼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라 내부 정쟁에 더 몰두한 것이다. 반면 여당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까지 바꾸며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고, 이준석 전 대표 같은 젊은 층 인재들이 발탁됐던 것도 바로 그때다.
이원욱 의원의 경고에 대해 친명계 일각은 "총선에서 지길 원하나"라는 날 선 반응을 내놨다. 민주당이 이번에 맞은 페니실린 주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생제 부작용으로 매년 7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채수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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