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소금값 '껑충'...중동발 악재까지
[앵커]
설탕과 소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에 줄줄이 영향을 줄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습니다.
중동 지역 갈등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에 고유가 변수도 늘었습니다.
경제부 양일혁 기자와 함께 물가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설탕과 소금 가격이 심상치 않다고요?
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요?
[기자]
지난달 설탕과 소금의 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최고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달 설탕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6.9% 올랐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전체 물가 상승률 3.7%와 비교하면 4.6배,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5.8%와 비교하면 2.9배에 이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봐도 지난달 대표 품목 가운데 설탕만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가격이 48.4% 올랐습니다.
소금 가격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17.3%로 지난해 8월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폭우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설탕과 소금 가격만 오르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걸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이나 외식 물가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려가 커지는 거죠?
[기자]
설탕의 경우 과자, 빵,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가공식품에 빠질 수 없는 재료입니다.
소금은 음식을 조리할 때 필수 식재료입니다.
이렇다 보니 설탕과 소금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이나 외식 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평균보다 1.2%p 높은 4.9%로 28개월째 평균을 웃돌고 있습니다.
세부 품목 39개 가운데에는 평균을 웃돈 품목이 31개에 이릅니다.
10개 가운데 8개 품목이 평균보다 많이 오른다는 얘깁니다.
가뜩이나 외식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데 소금과 설탕값 때문에 더 오르는 것 아니냔 염려가 나옵니다.
설탕이 물가인상을 부채질할 경우 '슈거'와 '인플레이션'을 합쳐 '슈거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소금값까지 오르면서 하얀 재료가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의미에서 '화이트플레이션'이란 용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화이트플레이션'을 언급했는데, 흰색 식품으로 우유도 빠질 수 없겠죠?
앞서 원유 가격이 올랐는데 다른 관련 식품에까지 가격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고요?
[기자]
시장에서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 1일부터 흰 우유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라 1리터 기준 대형마트에선 3천 원에 가깝고, 편의점에선 3천 원이 넘습니다.
당장 우유로 만드는 생크림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유업이 생크림 제품 출고가를 최대 9%까지 인상하기로 해 제과 제빵 업계 부담도 커졌습니다.
[앵커]
어제부터 맥주 가격도 올라서 서민 먹거리 부담이 커지게 됐는데,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농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김장에 꼭 필요한 재료가 배추하고 소금인데 소금 가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굵은 소금 5kg 가격이 어제 기준으로 14,115원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가 올랐고, 평년 가격인 8,250원과 비교하면 무려 71%가 올랐습니다.
배추 가격도 올랐습니다.
도매가격 기준으로 10kg 3포기 어제자 가격이 16,820원입니다.
1년 전보다는 소폭 올랐고, 평년보다는 24% 올랐습니다.
다만, 일반 소비자들이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매할 때 가격인 소매 가격은 오름폭이 적습니다.
어제자 배추 1포기 가격이 6,905원인데 1년 전보다는 소폭 내렸고, 평년 가격보다는 9% 오른 수준입니다.
정부의 할인 쿠폰 등 물가 수급 대책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고춧가루나 대파, 생강 등 김치 담글 때 들어가는 각종 부자재 가격도 10%~20%가량 지난해보다 올랐습니다.
[앵커]
올여름 폭우로 제철 신선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다시 또 오르고 있다고요?
[기자]
쌈 채소 가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어제 기준 삼겹살 전국 평균 가격이 100g에 2,722원입니다.
한마디로 같은 무게인데 삼겹살보다 깻잎이 더 비싼 거죠.
깻잎에 삼겹살을 싸먹는 게 아니라 삼겹살에 깻잎을 싸먹는 거 아니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지난 여름철엔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로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요즘은 왜 오르는 걸까요?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에게 확인해봤더니 상추의 경우 최근 일교차가 커진 것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생육이 부진하면서 산지 출하량이 줄어 공급이 줄었다는 겁니다.
또 최근에 긴 연휴가 이어지면서 나들이객들이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들이 나가 고기를 구우면서 곁들일 쌈 채소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요는 늘어난 반면, 공급은 줄어든 건데요.
정부는 공급량을 맞추려면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10월 하순쯤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먹거리 물가가 오르다 보면 소비자들 지갑 열기도 쉽지 않겠는데요?
[기자]
취재진이 만나본 소비자들, 돈 쓰기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합니다.
대형마트에서 저희 경제부 기자가 만나 본 시민의 말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정병숙 / 서울 녹번동 : (가격이) 비싸도 식구가 적으니까 사는 거고,(사람이) 많은 식구는 너무 부담스러울 거 같아요. (소비 방식을) 못 바꿨어요. 바꿀 수가 없잖아요. 먹고사는 거는…. 노인들은 있는 것은 한정이고, 씀씀이는 더 세지고 진짜 힘들죠.]
문제는 물가 상승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전달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 싶으면 당장 가족들 외식 횟수부터 줄이거든요.
경제 반등을 위해서는 생산과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 시장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물가마저 오를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 지갑 열기가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한다혜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소비자는 최근에 이런 가격 변동을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죠. 지갑이 굳게 닫히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월급이 그대로라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득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앵커]
여기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 정파 사이에 무력 충돌이란 돌발 변수도 등장했습니다.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요?
[기자]
중동에서 수입하는 유가가 무력 충돌 확대로 자칫 급등할 경우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24시간 점검하고 상황별 대응계획 재점검에 나섰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석유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특별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등 물가 관리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경제도 중동 사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확대되면 세계 경제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쟁 확대로 유가가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는 IMF 자체 모델링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에는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더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또, 글로벌 생산도 0.15%포인트 감소해 경제적으로 이미 어려운 환경에 있는 각국 중앙은행을 더욱 어렵게 할 거로 내다봤습니다.
YTN 양일혁 (hyu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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