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5배 늘고 손해율도 '쑥'…외국인 실손 '사각지대'

오정인 기자 2023. 10.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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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 사이 외국인의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세가 내국인의 4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가 외국인의 고지의무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결국 금융당국도 현황을 파악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실손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수는 51만9천163명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34만7천576명)에 비해 1.5배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외국인 체류자 수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이들의 보험 계약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52만5천명이었던 외국인 체류자 수는 2021년 195만7천명까지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224만6천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실손보험 가입이 늘어날수록 손해율 증가세도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손해율이란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100%가 넘으면 보험금 지급 규모가 더 컸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가입자가 받아간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7월말 기준 외국인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04.3%였습니다. 내국인(104.5%)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근 6년 사이 외국인과 내국인의 손해율 증가세 차이는 4배에 육박했습니다. 내국인의 경우 지난 2018년 손해율이 100.6%에서 지난 7월말 기준 104.5%로 3.9%p 증가했는데, 같은기간 외국인은 89.8%에서 104.3%로 14.5%p 올랐습니다.

강 의원은 외국인 손해율이 악화되는 요인 중 하나로 고지의무 위반 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고지의무는 보험을 가입할 때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사에 '중대한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보험계약은 해지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중대한 사실이란 최근 ▲3개월 안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받고 질병확정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입원 등을 한 경우 ▲1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추가검사(재검사)를 받은 경우 ▲5년 이내 암, 백혈병, 고혈압 등 11대 질병으로 의료행위를 받은 경우 등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지의무 위반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서도 흔히 발생한다"며 "다만 내국인의 경우 기존 보험금 청구나 지급 이력으로 쉽게 확인이 되지만 외국인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도 국내 거주하면서 국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이력 등은 모두 확인할 수 있지만, 과거 자국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은 이력은 국내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상 외국인은 국내 3개월 체류 시 발급되는 외국인등록증이 있으면 국내 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최근 중국 SNS 등에서 한국의 건강보험, 실손보험을 통해 본전을 뽑는 이른바 '양털 뽑기'(본전을 뽑는다는 의미의 신조어)에 대한 게시글이 확산되는 것도 이같은 '사각지대'를 악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강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6년간 외국인의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이 7천683억원인데 이 중 80.6%인 6천191억원이 중국 국적 외국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지난 7월말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실손보험 계약 건수(3천579만2천176건)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45%(51만9천163건)으로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규모가 작다고 해서 방치했다간 결과적으론 선량한 피해자만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강 의원은 "(손해율은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결국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면서 보험금을 받을 일 없는 내국인들이 그 부담을 감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제도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고,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도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 현황을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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