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도나도 철거하는데..‘성추행’ 임옥상 작품, 정부세종청사엔 버젓이

유승목 기자 2023. 10.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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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73) 작가의 작품이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외교부 등이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임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거나 비공개 조치를 진행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문체부엔 여전히 작품이 걸려 있는 점에서 부적절하단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작품을 신속히 철거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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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문체부 청사에 임옥상 ‘백두대간’ 전시
서울시 ‘철거’ 외교부 ‘비공개’ 와중에 이름표 떼는 데 그쳐
부적절 지적 일자 행안부 뒤늦게 철거 진행키로
12일 오전 문체부 세종청사 1층 로비 벽에 걸려있는 임옥상 작가의 작품 ‘백두대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73) 작가의 작품이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외교부 등이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임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거나 비공개 조치를 진행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문체부엔 여전히 작품이 걸려 있는 점에서 부적절하단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작품을 신속히 철거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1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시 정부청사 15동 문체부 청사 1층 로비에 임 작가의 ‘백두대간’이 설치돼 있다. 2014년 정부기관들의 세종청사 이전에 맞춰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공무원과 방문객들의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편리한 감상을 돕기 위해 설치된 작품이다. 청사 로비 벽면을 덮을 만큼 규모가 크고 출입구 위편에 설치돼 있어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를 두고 미술계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의 미술연구소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예술가의 작품이 문화·예술 정책을 다루는 문체부 청사에 걸려 있는 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단 이유에서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낸 정준모 큐레이터는 “미술품, 특히 환경조형물은 보기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는 터라 존치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과거 전봉준 선생 동상도 친일로 분류된 작가가 제작했단 이유로 철거되는 등 나름의 예술적 처벌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행안부의 조치로 문체부 로비의 임옥상 작가 작품이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실제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 작가가 지난 8월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두는 게 맞지 않다”면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 공간 ‘기억의 터’ 등에 설치돼 있던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을 철거했고, 산하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도 임 작가의 작품 ‘서울을 그리다’를 철거 조치했다. 대검찰청은 우리나라 1호 검사인 이준 열사를 기리는 차원에서 구입해 전시해 왔던 임 작가의 작품‘이준 열사 흉상’을 치웠고, 외교부는 이집트대사관과 카자흐스탄대사관 등 해외 공간에서 전시 중이던 작품들을 비공개 조치했다.

정부 청사관리를 맡고 있는 행안부도 작품 거취 문제를 두고 고민을 해왔지만 지난달 초 작가명 등이 담긴 명패를 떼어내는 선에서 초동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 이관을 문의했지만 작품 부피가 크고 이관 과정에서 훼손 가능성이 커 거절당했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는 문화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날 해당 작품을 천막으로 가리는 조치를 진행했다. 행안부 측은 “정부청사 내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 중 임 작가의 작품은 문체부에 설치된 게 유일하다”면서 “현재 철거하는 방향을 잡고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미술을 철거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미술품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관련법에 따라 오는 19일 열리는 위원회에 철거 안건을 올려 심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목·민정혜·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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