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자료 유출은 절차상 하자…가중값 변경 협의했어야"(종합2보)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이형일 통계청장이 12일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논란과 관련해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내부 자료가 유출된 것은 '절차상 하자'였다고 인정했다.
조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표본 가중값 변경과 관련해서는 당시 내부 부서 간 이견이 있었다며 가중값 변경 여부는 여러 부서가 함께 논의하도록 내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직원들 어쩔 수 없는 처지에 있었을 것…안타까운 마음"
이 청장은 이날 대전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 정부 당시 통계 자료 유출 논란과 관련해 "법적 근거 없이 세부 마이크로데이터가 외부로 나간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가계동향 조사 원자료를 유출해 당시 노동연구원 등의 박사에게 분석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청장은 "청와대로 간 자료는 자료 제공으로 봐야 하지만 그렇게 제공하기 전에 문서 요청이 없었던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 직원들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직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감사원 결과 발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한 공식 입장문도 자료 외부 유출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명백하게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통계자료가 외부로 나간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결과를 수긍하는 듯한 입장 발표로 통계청장으로서 통계기관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노조를 포함한 구성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가중값 변경 결정 국·과장에 위임…최종 감사 결과 지켜봐야"
이 청장은 취업자 표본 가중값 변경과 관련해서는 수상 대상은 가중값 변경 자체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변경이 이뤄진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청장은 "수사 요청된 부분은 표본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표본과의 의견과 다르게 조사 부서인 복지통계과가 가중값을 적용했다는 것"이라며 "협의하지 못하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중값 변경을) 여러 부서 간 관련자들이 모여서 논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가중값이 어느 정도 변경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내규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런 과정이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이 경우는 '결과 작성 방법'의 변경 사항인데 (당시) 국장·과장에 위임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위임전결 규정상 통계청장 승인은 의무 사항은 아닌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결) 관련 이유가 적시되지 않아서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본 방침 바뀌면서 가중값도 조정…"가중값 변경은 이론상 맞아"
앞서 감사원은 중간 감사 결과에서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오자 통계청이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취업자 가중값'을 임의로 주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매 분기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조사 항목 중복, 낮은 응답률 등을 이유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개편 논의가 이뤄졌다. 결국 가계동향조사 폐지 방침이 정해지면서 2017년 가계동향조사 때 표본이 크게 줄었고 이를 통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가중값이 변경됐다.
하지만 매 분기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다시 방침이 바뀌면서 2018년 표본 수가 다시 늘었고 표본 가중값도 다시 조정됐다.
통계청 내부에서도 가중값 변경 자체는 통계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가중값 변경과 관련해 "이론상으로는 맞다"라며 "다만 실무적으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여당이 주장한 가계동향 조사 표본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 소득 가능 대체 지표를 만들어서 표본을 만든 것으로 안다"라며 "현재 표본 조작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경락, 박재현, 송정은,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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