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만큼은 면하고 싶다”, 한화, 4년 연속 꼴찌 ‘불명예’ 피할 수 있을까
척박한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려면 거름이 필요하다. 한화에 지난 3년은 달콤한 결실을 얻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었다. 한화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굴욕을 맛본 대신 문동주, 김서현, 문현빈 등 양질의 투·타 유망주들을 확보했다. 한화는 2020시즌을 마친 뒤부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 아래 본격적인 리빌딩에 착수했다. 수베로 감독과 3년 계약이 끝나는 2023시즌은 ‘수확’의 해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둔 한화는 여전히 탈꼴찌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있다. 9위 한화는 12일 현재 10위 키움을 0.5경기 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데, 키움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탈꼴찌에 필요한 승수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키움이 13일 인천 SSG전에서 승리하면 한화에는 2승이 필요하고, 키움이 패배하면 한화는 1승만으로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건은 한화의 경기력이다. 한화는 14일부터 롯데를 대전으로 불러 3연전을 치른다. 홈구장 이점이 있긴 하지만, 한화는 최근 6연패에 빠져 있는 상태다. 10월 한화는 팀 타율(0.244), 팀 방어율(5.28) 등 대부분의 투·타 성적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올 시즌 성과를 내야 했던 한화는 간판타자 이정후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리빌딩 버튼을 누른 키움과 막판까지 숨 가쁘게 탈꼴찌 경쟁을 하는 처지다. 한화는 지난 5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신임 감독 체제로 팀을 재편하고도, ‘이기는 야구’를 위한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부진과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떠난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 등 선수단 전력이 온전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18년 만에 8연승을 질주하는 등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했다. 후반기에 돌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8위 한화는 5위 롯데를 2.5경기 차로 추격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해준 노시환과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 등 젊은 선수들이 내년 시즌 전망을 밝힌 점은 위안거리다.
4년 연속 꼴찌는 8개 구단 체제였던 2001~2004년 롯데 이후 사라진 불명예 기록이다. 2015년부터 10개 구단 체제가 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한화에 필요한 건 승리를 반복하는 경험이다. 꼴찌를 벗어나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팀의 핵심 타자인 노시환은 최근 “꼴찌만큼은 정말 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의 운명을 가를 3연전이 다가오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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