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이 빚은 독일 명문 현악4중주단… “韓서 ‘아리랑’ 연주하게 돼 영광”

이강은 2023. 10. 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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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81)이 30년 넘게 공들여 빚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교향악단)의 현악 4중주단이 내한해 우리 민요 ‘아리랑’을 들려준다. 13일부터 22일까지 서울·광주·대구·부산·인천에서 열리는 ‘제34회 이건음악회’ 자리에서다.

이건음악회는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이 1990년부터 사회 공헌 활동의 하나로 해마다 개최하는 무료 클래식 음악 공연이다. 1990년 인천 이건산업 공장에서 프라하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이 참석한 가운데 첫 걸음을 뗀 이건음악회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얼마 전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빠짐없이 개최됐다. 지난 3월 작고한 창업주 박영주 회장이 처음부터 직접 연주자들을 섭외해가며 오랜기간 음악회를 키웠다.

최지훈 이건음악회 프로젝트 매니저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서부터 음악을 통한 나눔이 꿈이었던 창업주의 뜻에 따라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성’, 쉼 없이 이어지는 ‘지속성’, 직원들이 직접 공연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는 ‘진정성’이란 3가지 원칙 아래 음악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4회 이건음악회’에 초청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이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리랑’ 등 공연 작품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볼프람 브란들(제1 바이올린), 리판 주(제2 바이올린), 유스트 카이저(비올라), 클라우디우스 포프(첼로). 이건음악회 제공
박 회장 작고 후 처음인 올해 음악회에는 450년 전통의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현악기 파트수석(급) 연주자로 구성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이 초청됐다. 바렌보임의 지도로 10년 전 첫 공연을 한 이 현악 4중주단은 2016년부터 슈타츠카펠레 수석 악장인 볼프람 브란들(독일)과 제2 바이올린 수석인 리판 주(중국), 비올라 주자 유스트 카이저(네덜란드), 첼로 수석 클라우디우스 포프(독일)로 재정비했다. 

리더격인 볼프람 브란들(48·제1바이올린)은 이날 간담회에서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음악을 통한 나눔을 실천해 온 이건음악회의 진정성에 뜻을 함께하고자 초청에 적극 응하게 됐다”며 “의미 있는 공연에 참여하게 돼 기쁘고,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까지 참여하게 돼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드뷔시의 현악 4중주 G단조, 하이든의 현악 4중주 F단조,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C장조에 이어 마지막 곡으로 이건음악회 ‘아리랑 편곡 공모전’ 수상작인 대학생 김다연씨의 ‘윤정옥 아리랑’을 들려준다. 이건음악회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겨있는 ‘아리랑’을 마지막 곡으로 소개하는데, 2012년부터 편곡 공모전을 개최해 신진 작곡가의 작품으로 고른다. 금까지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다양한 아리랑이 재탄생했다. 올해 수상작은 밀양 아리랑 전설의 주인공 아랑 윤정옥의 삶을 바탕으로 아리랑을 재해석한 것이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4회 이건음악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 초청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연주자들. 왼쪽부터 첼리스트 박노을(협연), 바이올리니스트 볼프람 브란들, 리판 주, 비올리스트 유스트 카이저, 첼리스트 클라우디우스 포프, 강민지(협연). 이건음악회 제공
브란들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아리랑’이 한국에서는 의미를 가진 민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곡을 해석해 공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디우스 포프(41)는 “이 곡이 가진 문화적 중요성과 전통을 고려했을 때 훌륭하게 연주해야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프의 제자이자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동료이기도 한 첼리스트 강민지와 수원시립교향악단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노을이 협연자로 함께 한다

한편, 바렌보임이 건강 악화로 최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사임하고 내년부터 크리스티안 틸레만(64)이 뒤를 잇게 되면서 단원들 사이에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21세에 불과하던 2003년 바렌보임에 의해 첼로 수석으로 파격 발탁된 포프는 “차근차근 준비해서 지휘자(음악감독)가 바뀐 게 아니라 (바렌보임의 건강 악화로) 급하게 바뀌어야 할 상황이 생겼다”며 “정치적 요소(와 실력)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봤을 때 틸레만이 우리(악단) 색깔에 맞는 적임자로 결론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단원들이) 바렌보임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으며 많은 걸 배우고 익숙했는데 내년부터는 틸레만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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