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서 웰니스 명소로···정선·영월로 떠나는 '치유 여행'

장인서 2023. 10.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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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치유전문시설 '하이힐링원' 인기
하이원리조트 내 웰니스 센터도 '힐링 성지'로 유명세
하이힐링원 내 자작나무숲 풍경. 본관 건물 내 웰컴센터 로비 창밖으로 보이는 자작나무숲은 화폭에 담긴 그림처럼 단아한 매력을 풍긴다. 강원랜드 제공
영월군 상동읍에 위치한 하이힐링원 전경. 66만1157㎡규모에 5개 단지와 숲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정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주변 산세와 어울리게 지어진 본관과 별관들이 옹기종기 군락을 이룬 모습이 동화 속 마을처럼 맵시가 있다. 강원랜드 제공
하이힐링원에서는 나무 도마 위에 인두로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는 우드버닝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영월·정선(강원)=장인서 기자】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고독과 사색의 계절답게 지난봄과 여름을 되돌아보고 겨울을, 나아가 다가오는 새해를 떠올리며 이런저런 상념에 젖기 쉬운 시기다. 가을이 되면 바쁜 일상, 도시의 소음에 묻혀 잊고 지낸 자연의 소리를 찾아 한적한 숲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봄에는 떠들썩한 꽃놀이로, 여름에는 한바탕 물놀이로 더위를 잊었다면 가을은 모든 소란을 뒤로 한 채 묵혔던 기억과 감정을 내려놓는 치유의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말 거는 이 하나 없어도 나무를 스치는 바람의 소리, 아침을 깨우는 새들의 노랫소리, 싱그러운 풀벌레 소리가 이야기 벗이 되어준다. 자연과 소통하며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힐링 명소를 찾아 강원도 영월과 정선으로 떠났다.
'디지털 중독' 벗어나 자연과 함께 쉬는 곳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 위치한 하이힐링원의 첫 인상은 숲속에 둘러싸인 정갈한 요새와 같았다. 주변 산세와 어우러지게 건축된 본관과 별관들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흩어져 옹기종기 군락을 이룬 모습이 동화 속 마을처럼 맵시가 있다. 하이힐링원은 강원랜드 산하 산림힐링재단이 2019년 11월 개원한 전문 치유 시설이다. 66만1157㎡규모에 5개 단지와 숲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정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방문객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현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뇌를 쉬게 하고 다양한 인문·예술 콘텐츠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게 돕는다.

하이힐링원은 방문객 웰컴센터와 식당, 콘퍼런스홀 등이 있는 본관을 중심으로 단풍원(산림교육장)과 산수원(문화체험·명상실), 자작원(기획전시·미술치유실·쿠킹스튜디오)이 둘러싼 구조로 조성돼 있다. 이중 자작원은 매봉산과 단풍산의 산세를 본떠 지은 건물 구조가 인상적이다. 새가 날개를 펴 알을 품은 듯한 곡선이 아름답고, 잘 가꿔진 마당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편안한 정취를 풍긴다. 또 대형 야외데크인 별빛마루와 생태정원인 섬지연못, 장독정원인 동이랑, 본관 마당 앞 자작나무숲이 주변 경관의 운치를 더한다.

라이프 디톡스와 포레스트(숲), 웰니스 등 세 가지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하이힐링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중 3가지를 체험하는 1박2일 웰니스 프로그램이 기업과 단체, 개인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다양한 선율의 악기를 활용한 음악 치유와 신체 이완 도구로 근육을 이완시켜 숙면을 유도하는 힐링툴테라피, 건강한 식사요법을 배워보는 ‘식치애(愛)반하다’, 아로마 향기와 싱잉볼 소리에 심신의 안정을 찾는 싱잉볼아로마테라피, 나무 도마 위에 인두로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는 우드버닝이 마련돼 있다. 심신의 지친 정도를 알아보는 스트레스 측정 검사도 해볼 수 있다. 스트레스 지수와 뇌 피로도, 활력도, 집중도 등을 점검해 적합한 치유법을 찾는다.

단풍원 옆으로는 어울림(林)숲이 이어진다.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선물을 받은 듯, 기쁜 마음으로 숲이 주는 신선한 생명력에 끌려 발길을 뻗치게 된다. 어울림숲은 매봉산 1300m 자락 아래 500m 중턱, 1급수 섬지천 계곡이 흐르는 곳이다. 주요 방문 코스로는 나무 사이에 걸린 해먹에 몸을 맡기고 ‘하늘멍’을 즐기는 소나무숲해먹장과 산나무·산사나무 군락지, 작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소룡폭포, 야외 온실인 어울림하우스 등이 있다. 어울림숲 입구에서 소룡폭포까지 가는 길에는 이끼원과 진달래못, 코끼리바위도 만날 수 있어 아기자기한 숲의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웰니스센터 인기 프로그램인 '조향클래스'. 조향의 기초 개념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료 30가지를 직접 시향한 뒤, 취향에 맞는 세 가지 향을 조합하면 나만의 향수가 뚝딱 만들어진다. 사진=장인서 기자
웰니스센터에서는 명상과 요가로 구성된 ‘굿모닝’, 숲 걷기와 관계치유 명상으로 구성된 ‘굿이브닝’, 숲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프로그램 힐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향·소리·침묵으로 만나는 치유의 시간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 사이, 해발 883m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하이원리조트는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복합리조트 시설이다. 카지노를 메인으로 호텔과 콘도, 골프장과 스키장, 워터월드, 운암정, 웰니스센터 등을 보유하고 강원 청정지역이 주는 경관까지 더해져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치유의 쉼’을 테마로 한 하이원 웰니스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선정 ‘추천 웰니스 관광지’에 2회 연속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웰니스 프로그램 이용객 1만명을 돌파해 기념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과 경기, 전국에서 오는 가지각색의 관광객 사이에 두루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조향 클래스다. 조향의 기초 개념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료 30가지를 직접 시향한 뒤, 취향에 맞는 3가지 향을 조합하면 나만의 향수가 뚝딱 만들어진다. 수십여 종의 향료 샘플이 놓인 테이블에 앉아 하나하나 열어보며 내 취향을 알아가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며 오롯이 후각에만 집중하게 된다. 조향 전문사가 이런저런 코치를 해주지만 미니저울을 사용해 향료 배합을 하다 보면 정해진 비율을 조금씩 엇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이니 자족감과 성취감이 든다. 웰니스센터에서는 명상과 요가로 구성된 ‘굿모닝’, 숲 걷기와 관계치유 명상으로 구성된 ‘굿이브닝’, 숲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프로그램 힐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원 웰니스센터'는 식물과 곤충, 별빛을 주제로 다양한 숲 체험을 제안하는 '포레스트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강원랜드 제공
'하이원 웰니스센터' 옆에 조성된 달팽이숲길을 한 여행객이 걷고 있다. 강원랜드 제공

지친 피로 달래주는 명품숲과 명품숲길

강원도에는 올가을 단풍을 만끽할 명품숲이 두 곳이나 있다. 강원랜드가 관리하고 있는 정선 지장산 ‘단체의 숲’과 ‘하늘길 둘레길’은 최근 산림청 선정 ‘100대 명품숲’과 ‘명품숲길 50선’에 각각 이름을 올리면서 웰니스 명소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원 웰니스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단체의 숲은 과거 탄광 사택이 있던 지역으로 지난 2011년 4월 강원랜드와 산림청 간의 제휴를 통해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원하고 잎갈나무숲 14ha를 조성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가을이면 떨어진 잎갈나무 낙엽이 마치 양탄자를 깐 것처럼 푹신하고, 하이원리조트 내 달팽이길, 자작나무숲 등 다양한 숲길과 연결돼 있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하늘길 둘레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테일러스 지형과 도롱이 연못, 1177갱구 등 폐광지역 문화와 자연환경을 탐색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는 남부 폐광지역(정선·태백·영월·삼척)을 두루 돌아보는 ‘정태영삼 여행버스’도 운영한다. 정선5일장과 아리랑센터, 황지연못과 황부자 야시장, 서부시장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포함돼 있다. 이외에 리조트 방문객들이 들리기 좋은 주변 명소로 해발 1119m 민둥산이 있다. 10월 중순이면 억새 군락이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뤄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각설이·정선아리랑 공연을 비롯해 가요·트로트대회, 꿀빨리먹기대회, 억새꽃 사진콘테스트 등이 펼쳐지는 ‘민둥산 은빛억새축제’도 11월 5일까지 열린다.

해발 1119m의 민둥산. 10월 중순이면 억새 군락이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뤄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장인서 기자
해발 1119m의 민둥산. 10월 중순이면 억새 군락이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뤄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장인서 기자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 정상부에 은빛 억새가 만발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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