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느린 걸음이지만 전력으로 걷는 중입니다”[국감 현장]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3. 10. 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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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린 걸음이지만 저와 전력으로 걷는 중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발달지연 아동의 부모 A씨가 눌러왔던 감정을 쏟아내듯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최근 실손보험 회사가 발달지연 아동 치료 보험료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치료비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나섰다.

장애아동으로 등록하지 않은 발달지연 아동은 건강보험으로 치료(언어·놀이·감각통합·인지치료 등)를 받을 수 없다. 국가가 소득기준에 따라 바우처를 지급하지만 치료비에 미치지 못한다.

A씨는 “아동이 발달퇴화를 겪지 않으려면 최소 주 2회는 치료를 해야 하는데 1회당 8만~12만원가량을 내야 하기에 한달 100만~400만원가량이 든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이 기대는 것은 실손보험이었다”고 했다. 이어 “B보험사가 지난 5월 보험료 지급 기준을 ‘상급종합병원’과 치료사의 자격증을 국가자격증이어야 한다고 높여 통보했다”며 “지금 부모들은 아이의 발달지연이 발달장애가 되지 않도록 둘째 출산도 포기하고 ‘투잡‘을 뛰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가 말하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으려면 평균 대기기간이 200일이 넘고, 주 3~4회 치료를 받으려면 집 근처 병원이어야 한다”며 “국가자격증을 가진 언어재활사는 4만5000명인데, 민간 치료사를 제외한다면 발달지연 아동 13만명의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대책이 있겠느냐’는 최 의원의 질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우 안타까운 사연”이라며 “일단 실손보험의 약관을 한번 살펴보고 의료행위 기준상 건강보험으로 안 되는 것이라면 별도로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는지도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파킨슨병 환자 당사자 B씨도 참고인으로 나와 치료제인 ‘마도파정’ 공급 중단 이후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오리지널 파킨슨병 증상 완화제 공급이 중단되거나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제약사들이 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환자들은 복제약을 먹을 수 있는데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아이 2명을 남편과 함께 양육하는데 파킨슨병이 있음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 어디에서도 우선 입소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지원책을 촉구했고, 일부 복지위 위원들도 눈물을 보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파킨슨병 환자들은 약에 대한 반응이 매우 민감해서 다양한 제품 공급이 중요하다”면서 “오리지널 약 재공급을 이렇게 포기할 건가”라고 질의했다. 조 장관은 “매우 안타깝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리지널 약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재공급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강 의원은 또 “중증 환자들의 육아 지원에도 복지부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입소 1순위를 법규에 명문화하겠다”고 답했다.

복지위 국정감사 이틀째인 이날 병원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똑닥’ 유료화도 도마에 올랐다.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의 고승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똑닥’은 최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병원 예약 서비스를 유료(월 1000원)로 전환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업체는 예약 편리성을 내세우지만 사전 문진 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반 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갑질이 될 수도 있다”며 공공 부문이 이런 서비스를 포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료회원만 접수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있는데, 이는 ‘환자를 가려 받는 것’이기에 의료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놀이공원의 프리미엄 패스처럼 돈을 많이 내면 진료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민관협력 체계를 방치하지 말고 국가가 이런 서비스를 끌어안는 방식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개인정보 문제, 앱을 통하지 않으면 예약 접수 안 되는 문제는 현행 의료법 내에서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공공 앱과 함께 민간 앱 규제를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 대표는 ‘민관 협력 시스템으로 들어올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정부가 지원을 해 주거나 함께해 주신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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