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통일교 해산 후 '임의단체' 가능, 세제우대는 박탈…"사형선고와 같다"(종합)
정부가 해산명령 청구해도 교단 불복시 소송 장기전 불가피할 듯
청구 시점 재산보전 규정 없어…신도들 금전적 피해 보상 불확실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정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하기로 결정했지만 법원에서 해산명령이 인용되더라도 종교법인 자격은 박탈되지만 임의단체로서의 활동은 가능하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통일교 교단에 대해 일본 문화청은 12일 오후 종교법인심의회(문부과학상 자문기관)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교단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를 정식 결정했다.
일본에서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은 종교법인법에 규정이 있다. 법령을 위반해 현저히 공공의 복지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가 있는 경우 법원이 해산을 명할 수 있다.
해산명령은 종교법인을 소관하는 국가나 지자체 외에 검찰관이 재판소(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번처럼 법령 위반을 이유로 청구돼 실제로 해산된 경우는 과거 옴진리교, 명각사 등 2건뿐이다. 모두 교단 간부들이 일으킨 형사사건이 근거가 됐다. 일본 정부가 민사 재판 기록을 근거로 들어 종교단체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례는 통일교가 처음이다.
통일교의 경우 교단 측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민사판결은 있지만 간부들에 의한 형사사건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해산명령 청구를 결정하는 데 관건이었다.
일본 정부는 '조직성, 악질성, 연속성'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민법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산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기준을 새로 제시했고, 교단 측의 행위가 3요건을 충족시킬지 여부가 초점이 됐다.
문화청은 7차례에 걸친 질문권 행사와 병행해 추진했던 고액기부 당사자들에 대한 청취 결과 등을 토대로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판단, 12일 종교법인심의회를 열어 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청구를 정식 결정했다. 13일에는 도쿄지방재판소에 청구 절차를 진행한다.
그 이후 절차로는 도쿄지방재판소가 비공개 심리를 통해 해산 명령의 시비를 판단한다. 국가 측과 교단 측이 각각 증거나 서면을 제출하고 필요하면 직접 법원에서 설명을 구하는 심문 기회도 마련한다.
교단 측은 전면적으로 다툴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교단 홍보담당자는 이 신문에 "사회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를 철저히 하고 있어 해산 명령을 청구받는 활동은 교단으로서 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에 불복하면 일본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까지 다툴 수 있어 결론이 확정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만일 해산명령이 확정되면 교단의 법인격은 박탈되고 법원으로부터 선임된 청산인이 교단의 재산정리를 진행한다.
교단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라지는 등 활동은 크게 제한되지만 임의단체로서의 활동은 계속된다. 해산명령이 내려진 옴진리교는 '알레프(Aleph)' 등이 옴진리교를 계승하며 임의단체로서 현재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해산명령이 확정된 후에는 "종교법인의 책임 임원을 대신해 법원이 선택한 청산인이 재산 처분 등을 한다"며 "청산 절차가 끝나면 법인격이 박탈되고 세금 혜택이 사라지지만, 임의단체로 존속하는 것은 가능해 종교 활동 자체는 계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청산 절차에 따라 채권자로 인정된 피해자는 지불을 받게 된다. 다만 종교법인법에는 해산명령 청구가 있는 시점에 법인의 자산을 보전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통일교 문제에 관한 상담을 받아 온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는 해산명령 확정 때까지 해외송금 등으로 재산이 흩어지거나 은닉될 것을 우려해 해산명령을 청구받은 종교법인의 재산을 보전하는 특별조치법 정비를 요구하고 있어, 해산명령 청구가 내려진 뒤 통일교 교단 측의 움직임도 주목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보도했다.
한편 통일교가 종교법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 세제상 우대를 받지 못하게 된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종교법인법에서는 예배시설을 갖고 교리를 넓히거나 의식행사를 하는 조직을 종교단체로 정하고 있다.
관할청의 인가를 거쳐 법인자격을 취득한 경우 그 단체의 종교활동에는 공익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다양한 세제우대를 받는다. 시설의 경내에는 고정자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법인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일반기업처럼 부동산 판매업이나 여관업 등 34개 업종의 수익사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과세 대상이 되지만 세율은 우대된다.
마이니치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 종교법인의 해산이 확정된 뒤에도 임의단체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으나 세제상의 우대조치는 받지 못하고 조직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며 "전문가 중에는 '(해산명령은) 종교법인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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