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에…대구은행 직원들, 증권계좌 1662개 무단 개설
고객 동의 없이 1662건 부당 개설
실적 채우려 56곳서 114명이 가담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00여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가담했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을 검사한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부당 개설에 가담했다. 증권계좌가 무단으로 개설된 고객은 1552명이었다. 해당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자금이체나 주식 매매 등 실제 거래 내역은 없었다.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B증권사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을 썼다. 이들은 출력된 사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이나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고쳐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했다.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계좌 명의인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669건이나 발견됐다. 문제가 된 직원 중 7명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도록 했다.
직원들이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은 실적을 위해서였다.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작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했다.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 90.5%가 KPI 변경 시점인 2022년 중 발생했다.
대구은행은 올해 6월30일 증권계좌 임의 개설 민원이 접수되어 올해 7월12일부터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자체 검사를 실시했지만, 8월9일 금감원 검사 착수 시까지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대구은행이 보고를 지체한 것에 대해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에 증권계좌 개설 업무 과정에서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 전산통제,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하여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은행 최초로 시증은행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대구은행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종 금융사고 등이 발생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되는데 문제가 없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환하려면)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건전성, 대주주의 적격성을 봐야 하는데 심사 과정에서 의원님 말씀하시는 게 조금 고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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