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AI 시대 글로벌 규범 주도하겠다”
마이데이터 추진단·AI프라이버시팀, 향후 역점 사업
소송 관련 예산, 인력 부족 어려워
“지난달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전면개정안은 온라인·오프라인에서의 구분을 없애고 일관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를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보다 더 미래지향적으로 법을 구체화하고 이행하는 것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에 시행됐던 이전 개인정보보호법은 하나의 법 체계 안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해뒀는데 이는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기 전 과도기적인 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위원장은 작년 10월 윤석열 정부 첫 개인정보위원장이자 제2대 개인정보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법경제학,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IT 정책 등 신산업 분야에 관해 전문성을 갖춘 법학자로 꼽힌다. 2021년에는 ‘AI는 인간에게 차별을 배운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작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AI가 본격적으로 일상에 다가오게 됐다”며 “작년 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언급했지만 개인정보위는 ‘마이데이터로 도약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 ‘글로벌 규범을 주도하는 선도 국가로 도약’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 취임 후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고, 위원회 내에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이 출범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이외에도 개인정보위는 올해 ’공공부문 집중관리 시스템에 대한 안전조치 강화계획’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 ‘인공지능 시대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 정책 방향’ ‘마이데이터 확산 전략을 담은 로드맵’ 등을 수립했다.
AI 규제와 관련해선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한국도 참조할 부분이 있고 타산지석 삼아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면서 “한국의 위상은 이 둘 중 하나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 단계가 됐다”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크지만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독자적 생태계도 존재하는 특이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EU는 AI법(AI act) 제정 막바지에 다다랐고,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구글·아마존·메타 등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AI 안전성 확보 조치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가 신생 조직인데다 소송 관련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게 실무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처분할 건이 늘어나면서 이에 비례해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작년 9월 구글과 메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구글에 692억4100만원, 메타에 308억6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구글과 메타는 이에 불복하며 지난 2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고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는 32억원의 소송 예산이 잡혀있고 국세청은 80억원 수준의 예산이 있는데 개인정보위 예산은 2억원이다”라며 “항소, 상고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소송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개보위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마이데이터 추진단과 AI프라이버시팀이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들이 능동적으로 데이터를 옮기고 열람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또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는데 이를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 상당히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든 기업이든 이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개인정보위와 소통하며 풀어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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