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중 유일한 순환출자 고리, 언제 어떻게 끊을까 [정의선 회장 3년]
지배구조 정점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위해선 수조원 필요
장기적 성장·투자 위해선 순환출자 해소해 투명성 높여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가 오는 14일 3주년을 맞는다. '전동화'로의 전환, '차세대 모빌리티 게임체인저' 등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 회장에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핵심 계열사의 낮은 지분율로 그룹 경영권 전반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에 늘 노출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순환출자 구조 해결과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차그룹의 장기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 시도 이후 감감무소식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로 탈바꿈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은 오너의 취약한 지배구조다.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을 꺼내들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좀처럼 묘수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고민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정의선 회장 지분이 0.3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7.19%이라 상속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를 감안하면 최소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이 지분을 매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에 필요한 실탄이 만만치 않다. 11일 기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약 22조원에 달한다. 통상 그룹 총수가 지주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6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정 회장은 다각적으로 자금 확보 루트를 모색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하며 약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동시에 칼라일을 3대 주주에 올리며 우호 지분으로 흡수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지분율(20%)이 가장 높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시도했던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도 실탄 확보의 일환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에 성공했을 경우 그가 거머쥘 자금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포기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나스닥 상장? 실적 부진이 발목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2021년 정 회장이 사재 240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한 미국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8억8000만 달러(약 9600억 원)를 들여 이 기업을 인수했는데 정 회장도 사재 출연을 했다.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재계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이후 정 회장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여부는 수년 내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대주주였던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지분을 사면서 2025년 6월 내로 상장을 통해 소트트뱅크의 잔여 지분(20%)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 정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상반기 1969억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 이에 수년 내로 시장에 성장 가능성을 제시해야 나스닥 상장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에선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시간이 더는 지체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목표를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봇 20%로 설정했다. 신사업 분야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자칫 그룹 전체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신경이 쏠린다면 신사업으로 점찍은 UAM나 로봇을 향한 투자 시점을 실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그룹 지배력 강화 역시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라며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서도 향후 청사진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총수 자리에 선임된 후 첫 대외 공개 일정인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3년이 넘은 지금 정 회장이 이 질문에 답을 내놓을 시점이 됐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신축 아파트 41곳서 1급 발암물질 ‘라돈’ 권고치 이상 측정 - 시사저널
- ‘김건희 표절 의혹’ 결과도, 설명도 못 내놓는 대학…릴레이 ‘줄행랑’ - 시사저널
- 처음 본 여학생 3명 화장실·엘베서 ‘연쇄 폭행’한 고교생 - 시사저널
- “장교 되기 싫습니다”…軍門 박차고 나가는 생도들 - 시사저널
- ‘불륜 폭로’ 아내 협박한 남편 유죄…法 “직장에 알려지면 회복 불능” - 시사저널
- 엘리베이터서 폭행 후 성폭행 시도 20대男…“군대 안가는 女에 불만” - 시사저널
- 나도 비타민D 결핍일까? - 시사저널
- “가을철 독감,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 시사저널
- 뚱뚱해서 병원 찾는 환자 3만 명 시대 - 시사저널
- 다이어트 ‘제대로’ 하고 있다는 몸의 신호 3가지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