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 앞, 달라진 尹의 결단…"예방주사? 치료 시작"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장관 인사를 되돌리는 결단을 내렸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열린 '일개 구청장 선거'로 여기기보다 정권의 사활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순차적으로 진행될 대통령실과 내각의 재편·인사 조치는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의 혁신도 이어질 예정이다. 향후 공천도 당선 경쟁력 등을 최우선으로 놓고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기민하게 듣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대응한다는 게 골자다.
(☞본지 12일 보도 [단독]尹대통령, '선거 참패'에 김행 여가부 장관 '지명 철회' 가닥 참고)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의 기류는 '임명 강행'쪽이었다. 비록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결정적 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청문회 중도 퇴장 문제는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의 편파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명분이 있었고 '주식파킹' 등 제기된 의혹도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밤사이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 탓에 내심 패배는 예상했지만 그 격차가 상당했다. 약 17%p(포인트)로 야당이 압승을 거뒀는데 이는 2020년 해당 지역의 지난 21대 총선 결과와 비슷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근소한 차로 따라붙고 지방선거에서는 이기기까지 했던 지역이었지만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이대로 가면 지난 총선처럼 수도권에서 대패할 수도 있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직 6개월 남은 총선이지만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특히 신뢰성이 떨어지는 각종 여론조사가 아닌 선거라는 공식 절차를 통해 지지율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한 핵심 참모는 "민심을 보고 대통령이 결단했다"고 말했다. 비록 그동안 거대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아도 장관급 인사 등을 18번이나 임명 강행했지만 이번은 다르다는 얘기다. 민심의 경고 사인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임명을 밀어붙이기보다 성찰하는 자세를 취하겠다는 맥락이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문에서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불법을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 제게 주어진 방법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할 정도로 불법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당장은 총선을 앞둔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 등 일련의 인사와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달 20일과 11월10일 등에 약 20명의 행정관과 일부 비서관이 용산을 떠난다. 이중 상당수는 총선 출마를 위해서다. 이후 연말까지 수석비서관 등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참모들이 순차적으로 사직할 전망이다. 총선에 나설 각 부처 장관, 차관들도 12월쯤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동시에 국민의힘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김기현 대표 체제 자체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혁신을 위한 전반적인 재편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대통령실과 정부, 집권 여당의 전반적인 전열 재정비를 총괄 지휘해야 한다.
방향은 민생 최우선과 국민 체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외교부터 국내 현안까지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천명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왔지만 실제 국민의 삶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중심의 국정 대전환이 '이익'으로 체감되지 않았다는 반성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라는 모토가 국민에게 체감되도록 메시지와 그 전달방식, 정책 추진의 방법론 등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의 관건인 공천에서도 이 같은 국정 기조가 투영될 전망이다. 전문성을 갖춘 실력과 대국민 소통 능력 등을 바탕으로 이길 수 있는 후보, 즉 경쟁력 최우선의 공천 방침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 참모 출신 등 대통령의 측근이라도 기본적으로 경선을 통과해야 공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대통령실 참모는 "지켜보시라"며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변화와 쇄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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