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투자포럼] 초고액 자산가 관리하는 김정혜 “부의 이전, 상속보다는 증여 선호”

정현진 기자 2023. 10. 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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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금성 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자산가는 자녀에게로의 부(富)의 이전을 위해 상속보다는 증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증여가 이뤄지고 있다.

김정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은 12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한국 부자들의 최근 투자 동향과 리스크 관리 방법을 설명하며 이렇게 전했다. 이번 포럼은 올해로 8번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는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서 여러 투자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투자처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부센터장이 소속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는 현금성 자산을 최소 30억원 보유한 VVIP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관리를 해주는 KB국민은행 프라이빗뱅크(PB)센터다. PB 10명, 회계사, 변호사, 보험전문가, 투자 포트폴리오 전문가 등이 상주하며 초고액 자산가에게 자산 관리를 위한 통합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자산, 부동산, 기업금융 등 모든 자산을 아우른다.

김정혜 KB 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이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부자들의 최근 투자 동향과 리스크 관리 방법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 부센터장은 부의 이전을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액 자산가 사이에 상속보다는 증여에 대한 문의가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는 “상속은 번거롭고 먼 훗날의 일인 것 같아 미루는 심리가 있다”며 “상속 상담보다는 증여 상담을 하려는 고객이 훨씬 많다”고 했다.

증여의 경우,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추세라는 게 김 부센터장의 설명이다. 증여세는 10년 동안 증여한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따라서 증여세를 아끼려면 증여 공제를 활용해 10년 동안 나눠서 해야 한다.

문의는 증여보다 적지만, 상속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김 부센터장은 “재산이 많지 않은 경우에도 상속 계획을 미리 세우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유언대용신탁을 소개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 생전에 재산을 금융기관에 신탁하고, 사망 이후 수익자에게 이전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보유 중인 자산 일부만을 상속하고 나머지는 사망 전 사용하고 싶거나, 특정 상속인에게 더 많이 상속하고 싶을 경우 또는 장학재단 등을 설립하고 싶을 경우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한국 부자들의 자산 형성 과정은 다양화됐다. 여러 자산 형성 방법별로 자산 관리 방법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는 게 김 부센터장의 조언이다.

현재 한국 부자의 자산 형성 방법은 크게 상속형·자수성가형·투자형 세 가지로 나뉜다. 자산 형성 방법에 따라 모두 다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상속형 자산가의 경우엔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들은 고금리 경제 환경에서 채권 투자에 집중한다. 김 부센터장은 “이 유형의 고객은 연 5% 수익률만 내도 5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는 5%만 하락해도 5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들은 기대수익을 낮추더라도 손실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 경우 장기 채권 투자가 많은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 이자율이 낮지만 더 안전한 저쿠폰 채권 수요도 늘고 있다고 했다.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김정혜 KB 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이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부자들의 최근 투자 동향과 리스크 관리 방법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고소득 전문직이나 사업가 등 자수성가형 자산가는 많은 투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본인이 모르는 부분은 공부하며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바꿔나가는 합리적 자산 관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주로 선진 시장에 투자하고,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분할 매매를 적극적으로 한다. 그는 “자수성가형 자산가는 최근에는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투자형 자산가는 암호화폐(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주식으로 부를 이룬 경우다. 이들은 투자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에 비교적 둔감하다. 김 부센터장이 코인 투자 등으로 큰 부를 이룬 20대 고객에게 연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했더니, 고객이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했다고 한다. 그보단 지금 30억원 가량을 투자해 40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월 14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추천했더니 만족해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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