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끌고, 비급여가 밀고…마르는 필수 의료인력 '씨앗'
"전공의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회사원처럼 '사직'하는 거죠. 심지어 전문의를 따고도 전공과 무관한 비급여 진료를 하는 시대인걸요."
강동성심병원 외과계 중환자실을 지키는 박수현(신경과) 교수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수련병원별 전공의 중도 포기 현황' 자료를 두고 "앞으로 전문의를 포기하는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박 교수는 "사실 전공의 중도 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소명 의식만으로는 감내하기 힘든 의료 환경과 이를 고려하지 않은 의료 정책이 만들어낸 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
필수 의료 인력의 '씨'가 마르고 있다.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나면서 야간·응급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 곳이 허다하다. 1년 차 인턴은 물론 2년 차 이상인 레지던트의 이탈도 꾸준하다. 이종성 위원실 자료를 머니투데이가 재분석해보니 인턴은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년 97명→93명→98명→136명→120명→126명→74명이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레지던트 중도 포기자 역시 같은 기간 221명→238명→247명→202명→259명→216명→143명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먼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강도 높은 전공의 생활을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에서 펠로·교수와 같은 전문의와 함께 일하며 의술을 교육받는 동시에 진료를 보조한다. 맡는 일이 많다 보니 주당 근로 시간을 최대 80시간으로 제한하는 특별법까지 생겼을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과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전공의가 많아졌다.
전문의 타이틀을 따야 '진짜 의사'로 여기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사실 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만 받으면 바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이들을 일반의라 하는데, 피부·미용·비만과 같은 비급여 진료 위주로 개원하는 게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보다도 수입이 좋다. '워라밸'을 지키면서 돈은 더 받는 게 가능하니 신참 의사들이 굳이 전공의를 거칠 생각이 없다.
특히 정부가 의료 공공성을 위해 가격을 통제하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문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낀다. 몇 시간 동안 땀 흘려 수술해도 간단한 주사·시술과 보상(수입)이 비슷해 허탈해한다. 심지어 전문의조차 자신의 진료 분야를 버리고 피부미용처럼 '돈 되는' 비급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비만과 당뇨병, 성인 천식, 고지혈증과 같은 타 진료과목의 강의가 진행됐는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800여명이 몰렸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이 이런 상황을 보고 필수 의료에 뛰어들리가 만무하다. 대한의사협회 등이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 의료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 주장하는 배경이다.
필수 의료 분야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가산 수가(의료 비용) 적용 등 예산 지원 확대, 국가가 전공의 수련비를 전액 부담해 '책임 진료'를 유도하는 식의 전공의 수련 과정 개편, 비급여 진료 통제 등 다양한 대책이 거론된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선 김유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의료 분쟁과 소송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지역의료 강화방안 수립을 위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의사 인력, 필수 의료 확충)를 통해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주요 사안을 심도있게 논의해 필수·지역의료를 살리는 종합 정책을 수립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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