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윤계상에 이어 이유미까지, 아이 같은 영웅들의 전성시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0.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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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으로 보면 어른이지만,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아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사심 없이 엉덩이를 만질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하기 때문에 아이 같은 면모를 넣은 점이 있지만, 여기에도 개발을 미끼로 부동산 사기를 하는 정치인과 그로 인한 상처로 복수를 하려는 어른들의 세계와 이 아이 같은 인물을 대비시키는 면이 있다.

이러한 아이 같은 영웅들의 전성시대는 여러모로 '어른들의 세계'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드러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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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윤계상, ‘강남순’ 이유미... 어른이지만 아이 같은 영웅의 이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액면으로 보면 어른이지만,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아이나 다름없다. 최근 드라마에서 아이 같은 영웅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의 김명준(윤계상)이 그렇고 최근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의 강남순(이유미)이 그렇다. 또 최근 종영한 드라마 <힙하게>의 봉예분(한지민)도 이 계열의 영웅이다.

<유괴의 날>의 김명준은 천재 소녀 로희(유나)가 처한 위기 속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그를 구해내는 인물이다. 덩치가 산만 하고 괴력의 소유자지만, 로희 앞에서는 똑같은 또래 아이 같은 천진함을 보인다. 워낙 로희가 천재인지라 함께 있을 때는 그와 비교되어 어딘가 모자라는 듯한 모습의 김명준은 상황 파악이 빠르지 못하고 계산적이지 못하지만 그건 순수해서다. 그래서 부모마저 아이를 입양해 실험을 하고 성과가 없으면 파양하는 비정한 어른들 속에서, 김명준은 로희가 거의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이자 친구다.

<유괴의 날>이 김명준을 아이 같은 어른으로 그리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진정한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면면을 에둘러 꼬집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른이' 히어로의 등장은 모든 게 계산과 이익 속에서 흘러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어른들의 세상과의 대결구도를 세운다.

<힘쎈여자 강남순>의 강남순 역시 마찬가지로 이제 22살의 청춘이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슈퍼히어로다. 집안 내력 내내 남다른 힘을 가졌지만, 몽골 여행 중 잃어버려 몽골인 양부모 밑에서 자라난 강남순이 서울, 그것도 강남에 와서 부모를 찾는 모험담은 그 구성 자체가 다소 황당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하다.

이 작품은 강남 사는 사람들의 자본주의적 삶의 부조리를 강남순이라는 아이 같은 슈퍼히어로를 등장시킴으로써 대결구도를 만든다. 굳이 몽골까지 가서 잃어버린 아이라는 설정도 그 몽골의 '유목적인' 삶과 대비되는 서울 강남의 '정착적인' 삶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사기꾼에게 홀라당 전세사기를 당한 후 한강 공원에 나무와 천으로 게르를 짓고 살게 된 강남순의 기행은 그래서 그걸 허락하지 않으려는 강남 사람들의 반발을 통해 자본주의적 삶을 꼬집는다.

종영한 드라마 <힙하게>의 봉예분 역시 엉덩이를 만지면 그 사람이 봤던 걸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로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지만 그 캐릭터는 아이에 가깝다. 이것은 사심 없이 엉덩이를 만질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하기 때문에 아이 같은 면모를 넣은 점이 있지만, 여기에도 개발을 미끼로 부동산 사기를 하는 정치인과 그로 인한 상처로 복수를 하려는 어른들의 세계와 이 아이 같은 인물을 대비시키는 면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도대체 얼마나 혼탁해진 걸까. 이러한 아이 같은 영웅들의 전성시대는 여러모로 '어른들의 세계'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드러내 준다. 그래서 순수함이나 해맑은 아이 같은 면면들이 그저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심지어 비리를 저지르는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영웅 판타지는 지금의 시청자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지켜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어른들의 부조리를 이들이 시원하게 일소해주기를 바라면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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