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테이프로 71년생 → 99년생' 대구은행 계좌 부당개설 적발
송혜수 기자 2023. 10. 12. 16:17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1600여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 직원들은 수정테이프로 고객 정보 등을 살짝 바꿔 놓기도 했습니다.
오늘(12일)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을 이용해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했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만들고 B증권사의 계좌개설신청서로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습니다.
주로 출력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 또는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해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한 겁니다.
특히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신청서상의 증권사 이름과 증권계좌 종류, 계좌 명의인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했습니다.
신청서상 신청인과 실제 개설된 계좌 명의인 불일치 사례를 보면 '71년생 이 모 씨'를 '99년생 김 모 씨'로 바꿔 적었습니다.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꾸어 놓아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것이 사고 배경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 전산통제, 사후점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던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 및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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