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힘 있는 구청장’ 안 먹혔다…김태우 패배 결정적 장면 셋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힘 있는 구청장 후보”임을 내세웠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7.15%포인트 득표율 차로 11일 패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집권여당 소속임을 강조했지만, 두 자릿수 격차로 낙선하면서 이런 전략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선거 패배 책임을 놓고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패배를 예상케 한 결정적 장면 3개를 꼽아봤다.
■ ‘대통령 눈치 보기’ 하다 악수 둔 국민의힘
당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패배를 두고 “김 후보를 공천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후보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으나,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시절 알게 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폭로로 지난 5월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뒤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확정된 김 후보에게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형 확정 3개월 만인 지난 8월 김 후보를 특별사면하면서 김 후보의 공천 길을 열어줬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의 귀책 사유가 자신들에게 있을 경우 공천하지 않기로 한 당규에 따라 무공천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대통령이 피선거권을 복원시켜준 사람을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당에선 최대한 잡음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으로 경선을 거쳐 김 후보를 공천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윤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다시 공천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결과적으로 유권자가 보궐선거를 초래한 김 후보를 용인하지 않은 것”이라며 “부적격 후보를 다시 공천하는 건 상식적으로 안 맞는다. 민심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 ‘머슴 뽑는 선거’라더니…‘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 선거
민주당이 짜 놓은 ‘윤석열 심판 선거’에 국민의힘이 말려들어간 것도 패인 중 하나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5일 “강서구청장 보선은 일 잘하는, 국민 심부름을 할 머슴을 뽑는 선거”라며 “정치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선거전 중반에 접어들어선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적극적으로 “이재명 비리 척결 선거”라고 강조하며 ‘윤석열 대 이재명’ 선거 구도의 퍼즐을 완성했다.
김 대표는 보궐선거 하루 전인 지난 10일 마지막 유세에서 “부정부패 혐의 몸통의 ‘아바타’가 구청장이 되면 어떻게 구민들에게 존경을 받겠나”라며 “깨어있는 강서구민의 주권 의식을 보여주고 권력형 비리를 척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김 후보는) 대통령이 밀어줘서 힘 있는 구청장이고 집권 여당 대표가 밀어줘서 힘 있는 구청장(이 될 것)”이라며 “저쪽은 누가 밀고 있나. 범죄자가 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영남권 의원은 “처음부터 불리한 선거인데다 구청장 선거이니 조용하게 치렀어야 했는데, 너무 ‘대통령 대 이재명’으로 판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 “40억원은 애교” “대법원의 보복 판결” 비호감도 쌓은 후보
김 후보 본인이 말실수나 책임 회피 등으로 ‘비호감도’를 키운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강서구청장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느라 투입된 세금 40억원을 두고 “그 40억원은 제가 (구청장에 당선돼) 1천억원 넘게 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선거운동 과정에선 김 후보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각각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했음에도 강서구에선 보증금 1천만원짜리 전세에 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강서구 관내에 집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 맞받아 ‘문제 핵심을 비껴간 답변’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는 업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1·2·3심에서 일관되게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선거 내내 ‘대법원 보복판결 심판 선거’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인 조국 전 장관 관련 의혹을 폭로한 탓에,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대법원장 체제에서 징역형이라는 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심 내내 동일한 결론과 이유가 있었다면 분명히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좀 더 재판 제도의 결과에 대해 존중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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