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 민주당, 표정관리 돌입…숙제 남은 ‘이재명 체제’
지난달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과 이어진 구속영장 심사로 큰 파고를 겪었던 더불어민주당.
어제(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 차로 '완승'을 거두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의 고리를 끊어냈는데요.
그동안 주장해왔던 ' 윤석열 정권 심판론' 이 작동한 거로 보고 고무된 모습이지만, 이대로 내년 총선까지 낙관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 '표정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 "민주당의 승리 아닌 국정 폭주에 대한 국민 심판"…대여 공세 강화
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오늘(12일) 오전 국감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를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정 폭주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승리에 도취해 들뜨기보단, 총선 승리를 향해 겸허하게 나아가겠다는 건데요.
홍익표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낮은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화살은 정부·여당에 돌아갔습니다. 민주당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겠단 계획입니다.
홍 원내대표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답해야 할 차례다.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회의에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 검증 책임을 강조하며 "국민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장관 후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이재명 '구심력' 확보했지만…친명-비명 갈등은 과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강서 선거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지도부엔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서 불거졌던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아직 유효한 만큼,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친명계'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어쨌든 이번 선거 결과가 좋으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지는 생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최근의 한 달여간의 위기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표가 매우 잘 헤쳐나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반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오늘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기(국민의힘)에다가 일단은 먼저 대걸레로 때려준 거지 우리가 잘해서 안 때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도취해서 그냥 '이재명 체제로 이렇게 이겼어, 이 상태로 내년 총선 가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이제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오고 그때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사실 이 대표쯤 되면 배지 한 번 더 달고 말고가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굳이 텃밭 출마를 고집한다면 여당에서는 방탄 출마하려고 한다고 힐난을 할 거다. 그게 우리 당에 도움은 안 될 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장은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파'로 불리는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5인에 대한 징계 청원이 뇌관입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지도부 답변 요건인 서명자 5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 강서 선거 유세에서 약간의 힌트를 줬다. 단합을 강조했다"며 "세력 자체가 작은 만큼, 일각의 분란 행위가 당에 미치는 영향 자체도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무리한 징계에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지원 유세에서 "우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우리 안에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부족하고 억울한 게 있더라도 잠시 제쳐두고 저 거대한 장벽을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며 "단결하고 단합해 국민의 위대함과 역사가 진보하는 것임을 증명하자"고 밝혔습니다.
■ 2% 밑돈 정의당 득표율…이정미 대표 사퇴 가능성도 거론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는 정의당과 진보당 간의 3위 경쟁도 치열했는데요. 정의당 권수정 후보가 1.83%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고, 진보당 권혜인 후보는 이보다 낮은 1.38%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오늘 오전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패배의 책임은 선거를 이끈 당 대표에게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난 1년간 정의당의 혁신 노력이 국민들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며 "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일부 지도부 당직자들은 이정미 대표의 사퇴를 권유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이 대표의 결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의당은 다음달 4일 재창당 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이미 선거 과정에서 이 대표도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라며 "당에 혼돈은 있겠지만, 지금 몽둥이로 맞을 것인지, 이대로 총선을 치러서 핵 탄두로 맞을 것인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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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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