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무서워요”…북광주세무서, 8개 학교 통학로 끊고 ‘신축 공사’ 강행

고귀한 기자 2023. 10. 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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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청사 신축 공사
학부모 안전 대책 요구도 외면
학생들 “학교 다니기 무섭다”
지난 10일 오전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이 노란색 차선을 밟으며 걷고 있다. 고귀한 기자

지난 10일 오전 8시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광주지방국세청 북광주세무서 앞 도로.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이 노란색 차선을 밟으며 걷고 있었다. 학생들 곁으로는 차량과 버스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학생들이 걷던 곳은 공사장 펜스와 차도 사이로, 신발 하나가 겨우 들어갈 15~20㎝ 너비다.

등교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이 길로 모여들었다. 다른 보행자를 앞지르기 위해 차도를 넘나들었고 반대 편으로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었다. 이 일대는 갑작스레 튀어나온 학생들에 놀란 차량들의 경적 소리로 가득했다.

이런 광경은 올들어 북광주세무서 신축 공사가 시작되면서 빚어졌다. 그간 인근 초·중·고 8개 학교 학생들의 통학로 역할을 해왔던 인도가 끊기면서다.

북광주세무서 공사 개요

북광주세무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에 기존 건물을 허물고 청사를 새로 짓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건물이 30년 이상 낡고 오래된 데다 협소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사는 내년 8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문제는 공사 부지에 인도 약 50m 길이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북광주세무서 소유 부지로, 현재 이 곳은 3m 높이의 펜스로 길게 둘러쳐져 있다. 펜스로 인도 일부가 끊긴 것이다. 북광주세무서 주변에는 중앙여고와 금호고, 금파공업고, 경신여고, 중앙중, 경신중, 동운초, 태봉초 등 8개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펜스 앞 도로는 2차선으로 된 일방 통행로다. 광주비엔날레관과 서울·순천 방면 고속도로로 향하는 차량이 주로 이용한다. 특히 등하교 시간대에는 통학 차량과 출퇴근 차량, 시내버스 등이 맞물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곳이다.

펜스 건너편에 다른 인도가 있지만 세무서 방향으로 길을 걷던 학생들은 대부분 길을 건너는 대신 펜스와 차도 사이 길을 이용했다. 등하교 때마다 이 길로 다닌다는 강모양(15)은 “원래 횡단보도를 한 번만 건너면 등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3번을 건너야 해 불편한 게 사실”이라며 “쌩쌩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학교 다니기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한 시민이 인도를 막아선 펜스를 피해 위험하게 걷고 있다. 고귀한 기자

세무서 신축공사가 시작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학생들을 위한 안전 조치는 전무한 상태다. 펜스가 설치된 시작점과 끝 지점에 붙어져있는 ‘보행자 통행 금지’라는 팻말이 전부다. 안전 요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아들이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등하굣길이 위험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구청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안전 대책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해당 도로를 관할하는 북구청은 손을 놓고 있다. 펜스가 쳐진 인도가 사유지여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북광주세무서에 민원 내용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세무서와) 협의를 통해 안전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광주세무서 관계자는 “건축 설계상 인도를 불가피하게 막을 수 밖에 없었다”며 “대신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주변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고 안전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인도는 공사를 모두 안전하게 마친 뒤 다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에 있는 북광주세무서 신축 공사에서 한 학생이 펜스를 피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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