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테러단체’ 지정 두고 국제사회 설왕설래…BBC “테러리스트라고 안 부를 것”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의 행위를 ‘테러’로 명명하거나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각국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스위스 연방장관 회의체인 연방평의회는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마스가 저지른 충격적인 테러 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며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연대, 모든 분쟁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중립국인 스위스 정부는 그동안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분쟁으로 서방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은 이전부터 하마스를 ‘테러리스트’ 단체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스위스는 그간 중립국으로서 중동 평화 증진을 위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물론 하마스와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외교 원칙을 내세워왔다.
앞서 지난 7일 하마스의 공습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행동을 ‘테러’로 규정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9일 밝혔다.
한국 정상도 이번 하마스의 공습을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하마스 무장세력에 의한 민간인 무차별 살상과 인질 사태를 국제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한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는 이번 공습 이후 지난 8일 긴급회의를 진행했지만,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하진 않았다. 러시아아와 중국 등은 하마스를 비판하면서도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
브라질 정부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명시하지 않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다니엘 존샤인 주브라질 이스라엘 대사는 전날 “이보다 더 심각한 테러 상황은 없다. (이번 공격은) 100% 테러로 정의된다”며 “(브라질 외교부가 성명에서 ‘테러’라는 단어를 뺀 데 대해) 브라질 정부에 반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황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하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한 국가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명명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BBC 측은 “우리는 항상 언어 사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테러리스트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오랜 입장”이라며 “BBC는 독립된 방송사로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설명하여 시청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섑스 장관은 “하마스는 단순한 테러리스트”라면서 “BBC가 여전히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레버리 외무장관과 루시 프레이저 문화장관도 BBC에 정책 수정을 촉구했다.
이러한 영국 정치권의 비판에 존 심슨 BBC 특파원은 “누군가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어느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BBC의 임무는 시청자에게 사실을 제공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BBC의 보도 지침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는 “이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BBC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 사이에서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202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국민 53%는 하마스를 자신의 공동체에 적합한 지도자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마스의 사회 복지 정책,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 등이 인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 정부는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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