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했던 비트코인 … 중동 불안 반사효과 보나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2023. 10.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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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이스라엘 기습공격
국제유가·금값 일제히 급등
투자자들 비트코인에 주목
美北갈등땐 한달 60% 폭등
테러자금 연계 가능성 악재
알트코인 외면당할 가능성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 시가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경제도 마찬가지여서 국제유가는 8일 한때 5%대 상승했고 같은 시간 달러와 금값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 증시도 지난 10일 코스피가 0.25%, 코스닥이 2.62% 하락했다.

이처럼 국제 정세의 불안이 경제까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이스타인 충돌 초기에는 3700만원을 내주면서 소폭 약세를 보였지만 10월 들어 보인 상승 기조가 꺾이진 않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대안자산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지정학적 위기를 맞아 다시 부상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비트코인은 과거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됐을 때 급등한 바 있다. 6년 전인 2017년 8월 미·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만에 60% 이상 오르기도 했다. 2020년 1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을 때도 비트코인은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국경을 넘어 전송·환전할 수 있고 물리적 도난·사고 위험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경 간 송수신이 자유롭다는 특성은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는 전쟁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주목받은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금융망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기부를 받을 수 있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소셜미디어로 알려 66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는 대안자산이라는 특성도 인정받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지방은행의 연쇄 파산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급락했을 때 비트코인은 은행과 같은 중앙 관리자가 필요 없는 탈중앙화 특성 때문에 크게 주목받았고 가격도 급등했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이번 이·팔 충돌이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금, 원유 등 상품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 유사한 부류인 코인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뒤덮이는 악재도 있다. 바로 테러 자금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과거 미·북 간 긴장이 높아졌을 때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북한과 러시아는 각각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지금도 다수의 가상자산 해킹의 배후로 지목받으면서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빼돌리고 있다.

게다가 이·팔 충돌의 당사자인 하마스도 최근 보도를 통해 2년간 55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입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마스는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단체이기 때문에 국제 은행망을 통해 자금을 주고받을 수 없다. 따라서 중개자가 필요 없는 가상자산을 자금 모집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하마스뿐 아니라 다른 무장정파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도 125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계좌를 사용하는 등 팔레스타인 관련 테러단체 중 다수가 가상자산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테러단체가 가상자산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날수록 규제 수위도 올라간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북한이 탈중앙화 금융을 이용해 불법 수익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5월에는 전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북한인 소유로 추정되는 계정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상반기에 40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미국의 규제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추락을 거듭해 한때 2600만원까지 수직 낙하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정학적 위기 부상에 따른 '비트코인=안전자산'이라는 평가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는 안전자산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테러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이 우위다. 따라서 지정학적 우려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속단하기보다 규제 강화와 같은 악재가 발생할지를 지켜봐야 한다.

이 같은 우려는 특히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에 비해 중앙집중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등 대다수 알트코인은 창립자를 포함한 재단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와 서비스 개발을 주도한다. 이 같은 집중도 때문에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특성이 낮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이·팔 분쟁에 따른 코인 시장 영향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차별화 장세가 첫손에 꼽힌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비중을 보여주는 비트코인 점유율은 최근 50%를 넘어 3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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