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가 피난처라고? 배당률 함정 조심조심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기업 이익 추정치가 하향되고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해오던 2차전지(배터리), 반도체 등 기술 및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멀티플이 위축되면서 배당주 투자에 관심이 쏠린다. 배당주는 고배당 매력이 주가 하방을 지켜주는 경향이 있어 특히 약세장에 유용한 투자 수단으로 손꼽힌다. 본격 배당 시즌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찾는 투자자가 많다. 다만 표면적인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배당주는 아니다. 배당금을 받더라도 향후 배당락에 따른 주가 하락 폭이 더 크면 오히려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배당수익률 자체만 보지 말고 해당 기업의 배당금이 꾸준히 상승할 여지가 있는지, 실적이 증가세를 보이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대에 못 미치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많아 배당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고배당주에 관심은 두되 배당금이 제대로 지급될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하반기 들어 배당주는 시장 평균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 내 고배당 섹터인 '코스피 고배당50지수'는 지난 8~9월 3.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기간 코스피는 6.4% 떨어졌다. 배당주는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로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는데, 배당 계절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배당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단순 배당수익률 수치가 높은 종목을 주목하기보다 해당 종목의 실적 추정치를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당도 주가 상승을 이끄는 주요인이지만 주식 특성상 실적 성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실적이 정체되거나 이익이 하향되는 종목이라면 배당 매력은 높더라도 향후 배당락으로 주가 하락 시 회복이 더뎌 오히려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최근 KB증권은 고배당주 중에서도 올해 3분기와 내년에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이익 증가율 또한 상위권인 종목이 4분기 때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종목으로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기아, KT,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한국금융지주, LG유플러스를 꼽았다. 고배당 매력과 내년 이익 성장이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으로는 제일기획, 에스원, 롯데쇼핑, 오리온홀딩스, 현대홈쇼핑 등이 거론된다. 교보증권은 한국앤컴퍼니, 현대홈쇼핑, KT, 제일기획 등을 추천했다.
삼성증권의 연 환산 배당수익률은 6.8%다. 단순 배당수익률만 높은 게 아니라 삼성증권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 성장은 장기적인 배당금 증액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 한화손해보험, 기아, KT의 배당수익률이 각각 6.6%, 6.3%, 6.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아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63%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고배당주보다 배당성장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향후 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가 큰 종목에 주가 상승 동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 코스닥 종목 중 4년 연속 배당금을 증액한 배당성장주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평균 20% 이상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2%)을 웃도는 수치다.
일각에선 우선주 투자를 노려볼 만하다고 분석한다. 본주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선주가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 종목은 현대차 우선주 시리즈다. 연 10%를 웃도는 고배당 매력에 긍정적인 자동차 업종 주가 전망까지 더해져 현대차 우선주 매수세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본주 주가는 올해 10월 초 기준 27.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우 주가는 40.93% 올랐다. 그 밖에 현대차2우B, 현대차3우B 주가도 각각 41.95%, 41.9%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현대차 우선주 배당수익률이 11%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본주 배당수익률(5.9%)의 두 배 수준이다. 이 밖에 LG화학 우선주도 배당수익률이 3.1%에 달해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10월 초 기준 연간 주가가 13.87% 상승했다. 반면 LG화학 본주는 같은 기간 16.75% 하락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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