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담긴 업그레이드 생체칩으로 항암제 효능 따진다

문세영 기자 2023. 10. 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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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이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3차원 생체칩'이 개발됐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칩을 이용한 암 환경을 실제 체내 환경과 유사하게 3차원으로 구현한 것"이라며 "암세포와 혈관을 함께 배양해 약물이 전달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약물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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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KAIST, 3차원 생체칩 개발
이상철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왼쪽)와 전성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약물이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3차원 생체칩’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이 이 생체칩으로 혈관에서 항암제가 전달되는 과정을 구현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상철 비뇨의학과 교수와 전성윤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체내 항암제 전달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3차원 생체칩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바이오패브리케이션’에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생체칩은 투명한 실리콘 재질로 만든 USB 크기의 작은 실험 공간이다. 세포외기질, 세포 등을 칩 내부에 배양해 실제 인체 조직과 유사한 형태 및 기능을 갖는다. 

그동안 항암제 효능을 평가할 때 2차원 생체칩을 활용했다. 2차원 생체칩은 혈관세포를 고려하지 않고 암세포만 배양했다는 점, 샘플 회수를 위해 칩을 파괴해야 한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암세포와 혈관세포를 3차원으로 공동 배양하는 상부개방형 생체칩을 개발했다. 이 생체칩은 혈관세포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약물과 영양소가 혈관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생체칩으로 체내에서 항암제가 전달되는 과정을 재현했다. 암과 혈관세포의 배양 시작 시기와 배양 위치를 연구팀이 직접 조절했고, 샘플 회수와 분석도 기존 2차원 생체칩 대비 편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항암제 내성을 가진 암세포와 기존 암세포에 대한 항암제 효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항암제를 전달하는 첫 매개체인 혈관이 항암제 효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혈관세포가 암 조직에 도달해야 하는 항암제의 양을 감소시킨 것이다. 특히 항암제 내성을 가진 암 조직에서 항암제 효능은 더욱 떨어졌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칩을 이용한 암 환경을 실제 체내 환경과 유사하게 3차원으로 구현한 것”이라며 “암세포와 혈관을 함께 배양해 약물이 전달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약물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항암제 내성과 약물 저항에서 혈관세포의 영향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제 효능평가에서 혈관세포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혈관이 포함된 3차원 생체칩은 암종별 항암제 효능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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