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편’ 헤즈볼라, 왜 망설이나…“이스라엘 움직임·개입 리스크 고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 초기부터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개입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으나, 헤즈볼라는 국지적인 교전을 제외하면 전쟁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면서 개입시 위험 부담을 따져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이스라엘군을 바쁘게끔 붙잡아두고는 있지만 대규모 전선을 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로켓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였던 2006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긴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교전을 벌여 헤즈볼라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최대 공항인 벤구리온 공항에 로켓포를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즉각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으로, 이스라엘을 숙적으로 간주한다. 헤즈볼라는 미국과 서방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됐으며, 무장단체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헤즈볼라가 뛰어든다면 전쟁이 주변 중동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스라엘로서도 가자지구에 더해 북부 레바논 국경까지 전선에 추가된다면 부담이 크다. 헤즈볼라와 다른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이슬라믹지하드 등이 들고일어나 전선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기를 하마스가 기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사태 6일째를 맞은 12일까지 헤즈볼라는 본격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현재까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을 북부에 머무르게 하면서 레바논으로의 대규모 파급 사태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인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헤즈볼라가 가자지구와 남부 지역의 상황을 자세히 주시하면서 이스라엘의 포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헤즈볼라가 개입을 망설이는 데는 미국과 서방의 만류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와 서방 외교관들이 레바논 정부에 ‘헤즈볼라는 개입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양상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마스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면 헤즈볼라가 레바논에 있는 다른 팔레스타인 세력과 함께 개입할 수 있다. 레바논의 친 헤즈볼라 매체 편집장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 전투를 확대하거나 어떤 미친 행동을 한다면 큰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직접 주체가 될 경우 커다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도 헤즈볼라가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부와 남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레바논은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빈곤과 금융위기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다. 전면전을 벌일 경우 레바논의 주요 수입원인 해상 석유와 가스 탐사가 좌절될 가능성도 크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또 다른 잠재적 전선으로 꼽히는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로 박격포가 발사돼 양측이 충돌했으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확전이라기보다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기존 갈등이 이어지는 쪽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아랍에미리트가 알아사드 정권에게 이번 전쟁에 연루되지 말라 경고했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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