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는 중세시대 시인 같아”
‘관계 미학’ 대표작가 리암 길릭
알루미늄 부조와 그림기호 등
응용한 신작 20여점 선보여
“관심사는 흑백아닌 회색지대”
2021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던 리암 길릭(59)이 농담 같은 전시로 돌아왔다. 갤러리바톤은 11월 11일까지 신작 20여점을 선보이는 개인전 ‘변화의 주역들(The Alterants)’을 연다. 개막일인 6일 만난 작가는 “내게도 모든 예술가처럼 본능과 지성 사이의 지속적 다툼이 있다. 말풍선은 스스로를 놀리는 거다. 불가능한 추상적 예술의 완벽함에 도달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 미술 비평 등 다방면에 걸친 작업 세계를 열어온 작가가 새롭게 주목한 건 국제적인 그림 기호인 아이소타입(ISOTYPE)이다. 말풍선에 그려 넣기도 하고, 독립된 평면으로도 선보인다. 평면 작업은 최소한의 잉크로 인쇄돼 기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아이소타입은 예술이 아닌 정보의 공유를 위해 탄생했다. 심볼을 다시 예술화시키는 접근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라이팅 부조는 재료 본연의 색채를 지닌 정교한 물성의 긴 육면체와 건조한 백색광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복잡한 정밀기기와 컴퓨터의 군집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바이오메디컬, 가상현실 등 포스트 산업 시대의 예술을 고안한 것이다.
영국 출생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길릭은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을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내년 9월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가 주창한 ‘관계 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예술이 일상에 개입하는 순간과 예술이 사람들의 행동이나 환경에 미치는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관계 미학이 구현된다. 이것이 미술인지, 무슨 뜻을 담았는지 답을 찾기 쉽지 않다.
작가는 “내 관심사는 언제나 확실하고 정의된 것이 아닌 흑과 백이 아닌 회색지대였다”라면서 “현대미술가라는 직업이 뭘까, 원천적 고민을 많이 했다. 현대사회에서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허락을 받은 직업이다. 내 역할은 중세 시대 시인들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허술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구현과정은 치밀하다. 1987년 이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컴퓨터로 작업해온 작가는 전시장을 3D모델링해 작품 배치를 세심하게 조율했다. 이번 신작들은 앞으로의 작업을 위한 단초이기도 하다. “내게 전시는 결과물이 아닌 과정이다. 해외 작가들이 서울에 와서 전시만 보여주고 떠나지만, 나는 그런 걸 지양한다. 여기서 얻은 영감으로 다른 걸 생산할 거다. 이번 전시는 나를 위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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