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시장 잡아라"···삼성·SK, HBM 이을 CXL 개발 고삐

강해령 기자 2023. 10.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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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무한 확장' 메모리
2027년께 모든 CPU, CXL과 연동
D램 연결해 데이터 폭증 대비 가능
삼성 'CXL 2.0' 개발로 기선제압
SK도 최신 DDR5 활용 모듈 선봬
후속 SW개발·생태계 구축은 과제
삼성전자의 CXL 2.0 D램. 사진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차세대 D램 규격으로 각광받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의 가파른 성장세가 반도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L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 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세계 CXL 시장은 2028년 150억 달러(약 20조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는 CXL 규격과 호환할 수 있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종류가 10% 미만이지만 2027년 이후에는 세상에 있는 모든 CPU가 CXL과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CXL 시장의 핵심은 D램이다. 욜그룹은 2028년 전체 CXL 시장 매출 중 80%인 120억 달러(약 16조 원)가 D램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에서 D램이 전도유망한 이유는 ‘확장성’이다. 최근 데이터가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렸지만 기존 컴퓨팅 규격(PCIe)에서는 D램 모듈을 마음대로 설치하는 게 제한적이고 물리적 확장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서버 속에 탑재된 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장치들의 통신 방법이 저마다 달라 메모리의 정보 저장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CXL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한다. 우선 CXL이 계획했던 방향대로 개발되기만 하면 서버에 필요한 D램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CPU·GPU 등 다양한 정보처리 장치의 통신규약(프로토콜)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정보처리 단계 간소화에다 D램 수 확장으로 데이터 병목현상이 줄고 전력 효율성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인텔·AMD·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칩 설계 업체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메타·구글·화웨이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CXL 컨소시엄’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향후 규격 확정과 활용 가능성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1·2위 메모리 회사들도 CXL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D램의 ‘무한 확장성’이 보장되면서 서버용 D램 매출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에 이들은 기술 선점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CXL 2.0’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고 연내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CXL 1.1 규격 기반 CXL D램을 개발한 지 1년 만에 ‘2.0’ 버전 128GB(기가바이트)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사들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했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협력해 CXL D램을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신 D램 규격인 DDR5 제품으로 만든 CXL D램 모듈을 내놓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2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을 만나 “제 2, 제3의 HBM 역할을 할 CXL 기반 이머징 메모리 등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CXL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만큼 CXL 기술 선점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CXL 구현을 위해 극복해야 할 산이 많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CXL 2.0 D램은 기존 규격과 다를 것 없는 제한적인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GPU·CPU·D램 모두를 호환하기 위해 필요한 CXL 스위치 장치의 개발 △CXL D램 모듈의 형태 △이러한 하드웨어를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시 신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생태계의 구축도 방법이다. 메모리 회사 CXL 3.0 설계자산(IP)과 통합 솔루션을 갖춰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와 협력하는 국내 스타트업 파네시아, CXL D램 컨트롤러 설계 기술을 지닌 중국 몬타지 등이 메모리 회사들이 함께 주목 받는 이유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CXL 3.0에서 이상적인 확장성을 구현하려면 CXL 일부 기술 개발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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