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항암제 전달과정 구현한 ‘3차원 생체칩’ 나왔다

암세포에 혈관도 같이 배양
치료제 이동경로 알 수 있어
항암제 효능 떨어뜨리는 데
혈관이 영향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

체내에서 항암제가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비교적 정확히 구현한 ‘3차원 생체칩’이 등장했다.

12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상철 비뇨의학과 교수와 전성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체내 항암제 전달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3차원 생체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생체칩이란 투명한 실리콘재질로 구성된 USB(이동식기억장치) 크기의 작은 실험 공간이다. 세포와 세포외기질 등을 칩 내부에 배양해 실제 인체 조직과 유사한 형태와 기능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항암제 효능평가에는 2차원 생체칩이 주로 활용됐다. 다만 2차원 생체칩은 혈관세포 고려 없이 암세포만 배양할 수 있다는 점, 샘플회수를 위해서는 칩을 파괴해야 하는 점 등에서 한계가 많았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암세포와 혈관세포를 3차원으로 공동배양할 수 있는 상부개방형 생체칩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는 약물과 영양소가 혈관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체내에서 항암제가 전달되는 과정을 제대로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유다. 이번 생체칩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암과 혈관세포의 배양 시작시기와 배양 위치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3차원 생체칩 이미지. 혈관과 암세포를 시간차를 두고 배양할 수 있다. 샘플 회수 및 분석도 용이하다.

연구팀은 3차원 생체칩을 활용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암세포와 기존 암세포에 대한 항암제 효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혈관이 항암제를 전달하는 첫 매개체로 항암제 효능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혈관세포는 항암제 효능을 낮추는 요인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발견이다. 특히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암조직일수록 혈관세포가 항암제 효능을 더욱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실제 체내 환경과 유사하게 3차원으로 생체칩을 구현하고 암세포와 혈관을 함께 배양한 덕분에 약물 전달 과정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며 “약물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항암제 내성과 약물 저항에 관해 혈관세포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제 효능평가에서 혈관세포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번에 개발한 3차원 생체칩은 환자 맞춤형 치료전략을 세우는데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