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하천에 불법 ‘파크골프장’, 지자체는 알고도 묵인···어르신들은 ‘굿샷’
어르신 100여명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각 홀에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은 “굿샷” “나이스샷”을 외쳐댔다. 널찍한 천연잔디에다 곳곳에 간이의자와 몽골 텐트 등이 마련돼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도 적지 않았다.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확장해 부지의 절반 가량을 불법 운영 중인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 파크골프장’의 지난 11일 오전 모습이다. 남구는 어르신들의 여가 생활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이곳에 파크골프장을 지었다.
남구는 파크골프장을 만드는데 총 2억9000만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했다. 2만527㎡ 면적에 A·B 2개 코스 총 18홀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파크골프장은 A·B코스 외에도 C와 D 2개 코스 18홀이 더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은 경계선이나 어떤 안내문도 없이 기존 코스와 연결돼 있었다.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코스를 오가며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 조성된 C·D 2개 코스는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시설이다. 국가 하천에 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점용허가가 있어야 하지만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 조성됐다.
불법 코스는 광주파크골프 협회가 조성하고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토지를 다지고 홀을 뚫어 임야를 훼손했다.
파크골프장 운영 주체인 남구와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 남구체육회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남구청 관계자는 “단속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조처하지 못했다”며 “불법으로 조성된 부지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확장 시기와 조성 비용에 대해선 “정확한 조성 시기는 파악 중이며, 비용은 파크골프협회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불법 확장된 부지에 대한 원상 복구를 명령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법을 확인하고 남구청에 원상 복구를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원상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허가된 파크골프장에 대한 점용허가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파크골프 열풍이 불러온 폐해라고 지적한다. 지자체들 앞다퉈 무리하게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성과로 치장하다 보니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풍광 좋은 곳에 너도나도 생색내기식으로 파크골프장을 설치해 주고 책임은 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며 “승촌 파크골프장 뿐만 아니라 대부분 파크골프장에서 비슷한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지난 6월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가 하천 내 파크골프장 88곳 중 56곳(64%)이 불법이었다. 40곳은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고, 나머지 16곳은 불법으로 확장했다.
광주·전남지역 국가 하천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총 10곳이다. 영산강 인근에는 승촌 파크골프장을 포함해 총 5곳, 섬진강 2곳, 지석천 1곳, 탐진강 1곳, 황룡강 1곳 등이다. 화순군에서는 지석천 인근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신청하고 현재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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