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기업은행 대구 이전설에… 노조 “주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김유진 기자 2023. 10. 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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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구체화하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면서 각 지방단체들이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본점을 유치하고자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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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정치 무대 올려선 안 돼”
대구시, 기업銀 유치 TF 설치
본점 이전 위해선 법 개정 등 필요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구체화하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면서 각 지방단체들이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본점을 유치하고자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특히 대구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업은행 유치를 추진하면서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성명까지 발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 유일한 상장기업이다”라며 “정부가 대주주이지만, 소액 주주가 30% 이상이다”라면서 정치적으로 본점 이전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기업은행을 정치 무대에 올리지 말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기업은행의 대구 이전을 반대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지도부에 기업은행의 대구 이전 추진을 요청했다. 대구시는 기업은행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지난 2020년 8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시에 두도록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어 내년 총선에서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본점 이전의 내용이 구체화하자 기업은행은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도 있는 상장 기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법 개정만 남았고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 같으니 (대구시가) 본격 유치 활동에 들어갔다”라면서 “기업은행이 만약 지방으로 이전한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부가 알고도 방임하면 배임죄이고, 최악의 경우 소액 주주들에게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라며 “2010년 초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국면에서 한국 정부를 제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8월 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 노조는 본점 이전을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노조는 “대구시는 기업은행을 유치할 수 있는 강점으로 중소기업이 많고 교통물류가 편하며 도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고 했다”라면서 “이 세 가지가 가장 뛰어난 곳이 어디인가. 바로 서울이다”라고 했다.

이어 노조는 “그래서 진보·보수 정보를 막론하고 지난 20년 넘게 서울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며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세계적 금융도시의 특성은 ‘집약’이며, ‘분산’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기업은행 대구 이전에 대해 ”거시적 미래 전략이 아닌 당장의 선거 전략일 뿐이다”라며 “정권은 5년, 지방 정부는 4년이면 끝이지만, 금융은 50년·100년을 이어갈 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은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은 만큼 쉽게 결정되진 않을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지에 기업은행이 포함돼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총선 이후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은행이 대구로 이전하기 위해선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본점 소재지에 대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 1항은 ‘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기업은행의 이전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기업은행의 조직이 산업은행보다 더 복잡하고 크기 때문에 본점을 통째로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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