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부당개설` 딱걸린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틀어지나

김경렬 2023. 10. 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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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이 1662개 신청서 조작
실적 강요에 조직적으로 가담
금감원 "내부통제 소홀 책임"
대구은행 부당 계좌 절차. 자료=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DGB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00여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구은행 영업점 10곳 중 3곳 꼴로 직원들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담한 직원도 100명이 훨씬 넘는다.

계좌 부당개설이 조직적 일탈로 확인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이같은 일탈이 사실상 은행차원의 실적 강요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영업점 56곳, 직원 114명이 가담"

금융감독원은 12일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고객 신청서 사본을 이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말 현재 대구은행의 영엄점은 210개다.

수법은 유사했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이를 활용해 B증권사의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이들은 출력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이나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고쳐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계좌 명의인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669건이나 발견됐다.

이들은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고객에게 출력본 활용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빙이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변경,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실적 강요가 원인"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은행측의 무리한 실적 강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2022년 영업점 KPI의 증권 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강화하고 개인실적에도 중복 반영한 사실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이같은 요인이 증권 계좌 부당 개설을 부추긴 유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당하게 개설된 계좌 1662건 중 90.5%가 KPI 변경 시점인 2022년 집중 발생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예금 연계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나 1계좌 혹은 증권회사의 계좌만 인정하고 있다. 무리한 계좌 개설 경쟁을 사실상 막고 있는 것이다.

증권 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부당·위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 전산 통제, 사후 점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부당 계좌 개설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자점 감사 등에 반영하지 않는 등 사후 점검도 부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4월 A부서는 '고객 휴대전화 번호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고객이 직접 기재하지 않은 인쇄된 서류를 이용한 사례'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침 없이 교육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공문만 발송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 및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전환 차질 빚나

금융권은 이번 사건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정도는 대구은행 증권계좌 부당 개설은 대규모·조직적 일탈로 봐야 한다"면서 "시중은행 인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 전환은 법에서 정해진 여러 가지를 봐야할 게 있다"면서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기관) 건전성, 대주주의 적격성을 봐야 하는데 심사 과정에서 (증권계좌 부당 개설 행위가) 조금 고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오(사진)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월 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 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김태오 회장의 연임 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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