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한물 갔다고요?…'뉴트로' 열풍에 MZ 오픈런
사전예약 금새 동나, 7시30분부터 줄 서기도
정해환 대표 “MZ 고객 타깃, 비중도 30% 늘어”
위축됐던 디카 시장, 기술·트랜드 변화에 맞춤공략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12일 오전 10시 서울 합정동 복합문화공간 ‘무대륙’, 이른 시간에도 20~30대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략 20명 정도가 줄을 서고 있던 이곳은 니콘이미징코리아가 오는 16일까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니콘 기록공작소’가 열리는 장소다. 오픈 2시간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줄을 선 이유는 다름 아닌 니콘이 이날 출시하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 f’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한때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위축됐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뉴트로’(새로움+복고)를 만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기존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 시절 준전문가급의 마니아 중심 시장이 아닌, 예쁘고 감성적인 접근을 좋아하는 20~30대 MZ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정해환 니콘이미징코리아 대표는 이날 ‘Z f’ 출시 간담회에서 “카메라 시장이 레트로 트랜드를 만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고, 이같은 흐름이 업계 전반에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며 “니콘이 이번에 출시하는 ‘Z f’도 이같은 레트로 열풍에 맞춘 신작이다.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도 한국 내에서 소위 ‘힙하다’는 합정동에 마련했다”고 말했다.
니콘 ‘Z f’는 1980년대 필름카메라 시장을 주름 잡던 ‘FM2’의 디자인을 복각하고, 여기에 최신 풀프레임 미러리스 성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얼핏 보면 필름카메라를 떠올릴 정도로 디자인을 강조했다. 니콘은 2021년 비슷한 디자인의 크롭센서 미러리스 카메라 ‘Z fc’를 출시한 바 있는데, 당시 큰 인기를 거두면서 이번 ‘Z f’ 출시까지 이어지게 됐다.
초반 인기도 뜨겁다. 최근 진행한 온라인 사전예약도 불과 몇 분만에 끝나는 등 구매 수요가 높다. 이처럼 일반적인 구매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날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판매하는 한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고객들이 몰렸던 것이다.
정 대표는 “2년 전 ‘Z fc’ 이후 니콘 고객들 중 MZ세대 비중이 대략 20~30% 늘어났다”며 “최근 신규 유입 고객들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 카메라 시장의 전체적인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한때 글로벌 출하량이 1억 대 이상이었을 정도로 활기기 넘쳤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후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10년새 90% 이상 위축됐다. 수백~수천만 원짜리 DSLR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고,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디지털 카메라에 투자했던 삼성전자(005930)도 결국 2016년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이후 이미지 센서 기술을 꾸준히 갈고 닦은 소니를 중심으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형성됐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미러(거울)로 빛을 반사해 펜타프리즘으로 사물을 확인하는 DSLR과 달리, 미러 없이 렌즈로 투영되는 것을 바로 찍을 수 있는 방식을 뜻한다. 미러와 펜타프리즘을 제거하니 무게,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레트로한 감각있는 디자인의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된 셈이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 그리고 레트로 디자인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니콘 ‘Z f’ 처럼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제조 업체들도 이 같은 시장 트랜드를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나서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20~30대 사이에선 감성적인 사진 촬영을 위해 일부러 필름카메라를 구매하고, 이를 현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홍대입구, 합정 등에는 필름카메라 자판기도 생기는 등 사진과 카메라는 일종의 놀이영역이 됐다는 평가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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