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비이자이익 올리려 고객 몰래 계좌 개설"

금감원 "은행이 KPI 지표 실적 강화해 직원 일탈"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대구은행의 고객 정보를 이용한 불법 계좌 개설이 비이자이익을 노린 행위로 밝혀졌다. 불법 개설된 계좌의 90.5%는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핵심성과지표(KPI)를 변경한 시점에 발생했다.

12일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금융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잠정)'에서 대구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12일부터 지난 7월 31일에 걸쳐 고객 1662건의 증권 계좌를 부당 개설했다고 밝혔다.

DGB 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 대구은행]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A 증권사 계좌개설을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최종 처리 전 사본을 만들어 B 증권사 계좌개설신청서로 활용하는 비정상적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이때 해당 직원들은 A 증권사 계좌개설신청서 사본에 기록된 증권사 이름과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해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했다. 심지어 직원 7명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과 약관도 안내받지 못하게 했다.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운영 중인 주요 시중은행에선 이런 방식의 증권계좌 추가 개설은 불가능하다. 정상적 개설이라면 통상 전자 태블릿을 이용해 증권사별 신청서를 각각 작성해 제출한다.

금감원은 이들 직원의 일탈 원인이 대구은행이 KPI 내 비이자이익 실적을 확대 반영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2년 영업점 KPI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고객 1계좌만 개설해도 반영했으나, 2계좌 이상 개설해야 반영토록 바꿨다. 실제 부당 개설 계좌 중 90.5%는 KPI 변경 시점인 지난해 발생했다.

주요 시중은행서도 예금 연계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나 KPI에 반영하지 않거나 1계좌 또는 계열사 증권회사의 계좌만 인정하는 등 영업점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을 무리하게 취급할 유인이 미미하다.

금감원 내부통제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 부당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 전산 통제 사후 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신규로 시행하면서 관련 내규 등 별도 업무처리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고객이 전자 서명한 서류도 전산오류 등 예외적 경우가 아닌 때에도 출력할 수 있도록 해 악용할 여지를 심어줬다. 또 다른 금융거래와 달리 증권계좌 개설 시에만 담당 직원이 휴대폰 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후 점검 기준도 미비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사고와 내부통제 소홀의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실명법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곧바로 보고하지 않은 데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 부당 개설은 개설 실적을 독려하면서도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