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중 견제 강화 속 외교안보 대표 방중…“중국 부상 방해할 의도 없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이어 철강 제품까지 반보조금 조사를 계획하는 등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중국을 찾았다. 보렐 대표는 유럽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보렐 대표는 12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날 상하이에 도착한 보렐 대표는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에서 중국 학계 및 재계 인사들을 만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베이징으로 이동해 13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제12차 중국·EU 고위급 전략 대화를 가진 뒤 베이징대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보렐 대표 방중은 최근 EU가 대중 견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EU는 지난 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조만간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계획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EU 집행위원회는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 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방침이 EU의 경제안보전략의 일부이며, EU가 점차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미국이나 호주 등의 비슷한 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보렐 대표는 방중에 앞서 EU의 최근 정책이 독립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며 EU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첫 번째 (방중) 목표는 유럽이 중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려는 숨겨진 의제가 없음을 중국 측에 재확인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렌즈를 통해 EU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평가와 행동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이익에 따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를 경제 파워에서 지정학적 파워의 입장으로 변화시켰고 전략적 책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에게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EU의 반보조금 조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보렐 대표의 이번 방중 회담에서는 양측이 협력 가능한 분야를 찾으며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보렐 대표 방문에 대해 “중국과 EU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중국은 EU와 함께 전면적 전략 동방자 관계를 견지하면서 전략적 소통과 정책 협조를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협력을 확대하며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이견을 해소해 양측 인민과 세계에 행복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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