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김민석-문현빈이 함께 쓴 기록
2004년생 동갑내기 김민석(롯데)과 문현빈(한화)은 공통점이 많다. 이 둘은 고교 시절부터 타격 능력에 강점을 보인 우투좌타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고, 상위 라운드로 프로의 문턱을 넘었다. 휘문고 출신 김민석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 북일고 출신 문현빈은 2라운드 11순위로 각각 롯데와 한화의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서 중견수로 기용된 점도 비슷하다. 김민석은 입단 직후 외야수로 전향해 한 시즌 동안 롯데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다. 문현빈은 골든글러브 출신 2루수 정은원 등이 포진한 내야를 떠나 중견수로 뛰다가, 후반기 들어 2루수로 다시 복귀했다. 이번 시즌 신인들 가운데 규정 타석을 충족한 ‘2인’에 이름을 올린 점도 같다. 이들은 프로 첫해부터 단 한 번의 엔트리 말소 없이 꾸준하게 출장 기회를 얻고 있다.
타자 부문 주요 성적도 대등하다. 김민석은 11일 현재 125경기에서 타율 0.258, 100안타, 3홈런, 38타점, 1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55를 기록 중이고, 문현빈은 134경기에서 타율 0.260, 109안타, 4홈런, 45타점, 5도루, OPS 0.663의 성적을 거뒀다. 양질의 타격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경기에 나선 이들은 나란히 고졸 신인 ‘100안타’를 기록한 역대 7, 8번째 주인공이 됐다.
문현빈이 앞서 2일 대전 NC전을 통해 먼저 100안타 고지에 올랐고, 김민석은 지난 11일 사직 두산전에서 세 자릿수 안타를 완성했다. 2023시즌 전까지 100안타를 친 고졸 신인은 1994년 김재현(LG·134개), 1995년 이승엽(삼성·104개), 1996년 박진만(현대·102개), 1999년 정성훈(해태·107개), 2017년 이정후(넥센·179개), 2018년 강백호(KT·153개) 등 6명에 불과했다. 앞선 선수들의 이름값만 보더라도, 달성 난도가 높은 기록이다.
이처럼 한 시즌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질주 중인 이들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김민석은 지난 5월18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홈런포를 터트렸다. 이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문현빈은 얼마 뒤 인터뷰에서 “(김)민석이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줬다”며 “민석이가 워낙 잘해서 저도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다음 달 14~15일 사직 롯데전에서 보란 듯이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100안타를 친 두산전 직후 만난 김민석도 문현빈에 대해 “(문)현빈이는 워낙 야무지고, 악바리가 있는 선수”라며 “저보다 먼저 100안타를 친 현빈이에게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김민석과 문현빈은 청소년대표팀 생활을 함께하며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라고 한다. 친한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로서 써 내려간 이야기의 첫 장에 마침표가 찍히고 있다. 다음 시즌 한 단계 더 발전한 이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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