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의 과자’가 주목받나…먹태깡이 만든 유통의 경제학

조유빈 기자 2023. 10. 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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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상품’ 등장 이끌며 스낵 시장 게임체인저로 등장
자사·편의점 앱도 활성화…저출산 시대 활로 해석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출시 3개월 만에 600만 봉 이상 판매된 먹태깡은 지금 가장 '뜨거운 과자'다. 새우깡의 후속 제품으로 등장한 이 제품은 농심의 스낵 매출을 20%이상 성장시키며 호실적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먹태깡은 일명 '미투 상품'이라고 불리는 유사 제품들의 등장과 예약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의 성장까지 이끌며 스낵 시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어른의 과자'라고도 불리는 먹태깡은 유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먹태깡은 출시 3개월 만에 600만 봉 이상이 팔리면서 농심의 '효자 상품'이 됐다. ⓒ연합뉴스

허니버터칩 이후 9년만…품절 대란의 중심에 선 스낵

스낵이 '품절 대란'의 중심에 선 것은 오랜만이다. 먹태깡이 매대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을 받고 먹태깡을 판매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편의점 '끼워팔기'의 인질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먹태깡을 맥주와 함께 묶어서 판매하는 인증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이슈가 된 바 있다.

이 정도의 스낵 열풍은 2014년 8월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허니버터칩의 품귀 현상이 수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중고 사이트에서 2~3배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급기야는 허니버터칩을 둘러싼 판매 사기 사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먹태깡은 최근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며 발주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농심이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아산공장을 생산라인에 추가하면서 물량이 2배로 늘어났다.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일주일에 30만 봉 수준이던 생산량은 현재 60만 봉까지 확대됐다.

먹태깡은 농심의 월 매출에 15억원 이상의 기여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생산 라인 증설로 인한 매출 확대도 전망하고 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3분기부터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량 확대를 통해 월 20억원 이상의 매출액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안주 과자' 트렌드 만들어…성인층 겨냥하는 스낵업계

편의점 앱도 덩달아 웃고 있다.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CU나 GS25의 앱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먹태깡이나 아사히 생맥주 등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수량을 미리 조회해 볼 수 있고 예약구매까지 가능한 편의점 앱의 경쟁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먹태깡 품절 대란이 시작된 6월, 편의점 CU의 앱인 포켓CU의 신규 회원 수가 53% 증가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농심의 자사몰인 농심몰도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농심은 현재 농심몰에서 먹태깡을 비롯한 자사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12일 현재 기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만 1인 4개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당분간 물량 확보를 위해 한 아이디당 1번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건 상태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들여다보던 소비자들은 정가 구매가 가능한 농심몰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입자 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먹태깡 출시 전인 2023년 상반기 대비 일 평균 신규 가입자 수가 300%가량 증가했다(8월 말 기준)"고 밝혔다.

업계는 농심이 먹태깡을 통해 '어른 과자'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개척했다고 평가한다. 식품업계에는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유사 상품이 등장하는 관행이 있다. 일명 '미투 상품'이다. 최근 롯데웰푸드가 출시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비롯해 유앤아이트레이드의 먹태이토 청양마요맛, 상일제과의 먹태쌀칩 청양마요맛 등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어른 과자의 트렌드에 올라탔다. 맥주 안주로 인기가 높은 노가리, 먹태 등 주재료와 청양마요맛 조미와 같은 '먹태깡의 성공 공식'을 따른 이 제품들도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안주'로 활용이 가능한 스낵들이 성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어른 과자'라는 카테고리가 저출산 시대를 맞이한 유통업계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유를 만드는 유업계가 단백질 파우더를 만들면서 소비자층을 성인 세대로 넓히는 생존 전략을 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 어린이와 청소년의 '간식' 시장을 겨냥했던 스낵 시장이 성인들의 '안주'로 영역을 넓히면서 매출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스낵업계가 농심이 2000년 출시한 매운맛 새우깡이나 빙그레가 2015~2018년 출시한 꽃게랑 매운맛 시리즈 등을 통해 어른용 과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미 확인한 만큼, 먹태깡을 선두로 본격적인 어른 과자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스낵업계가 확인했던 어른용 스낵의 성장 가능성을, 먹태깡 대란을 통해 확신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홈술 문화'도 안주용 스낵 시장을 더 확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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