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니콘 기록공작소에는 '40여 년에 걸친 디자인 철학'이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카메라도 그렇다. 지난 십여 년 간 카메라 업계는 꾸준히 고성능을 추구해 왔다. 자연스레 디자인은 인체공학적으로 발전했고, 조작 인터페이스나 활용도는 사용성에 맞춰 진화해왔다. 여기에 성능은 유지하면서 크기는 줄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카메라의 외형은 차츰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소니와 캐논, 니콘 세 개 브랜드의 카메라를 살펴보면 입문형 제품부터 기함급 제품까지 비교적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니콘 기록공작소에서 만나는 ‘니콘의 레트로 철학’
니콘 기록공작소는 니콘의 최신 기종인 니콘 Z f와 니콘 Z fc, 그리고 함께 출시된 니코르 Z 135mm f/1.8 S 플레나(Plena) 렌즈를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몇 년 새 디지털 카메라를 접할 방법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MZ 세대를 대상으로 니콘 이미징 코리아가 다가간다는 느낌으로 준비된 자리이기도 하다. 우선 합정 무대륙은 식당 겸 카페, 문화 체험 공간이며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입구부터 니콘 공작소 포스터가 나란히 부착돼 있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공작기록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중앙에 있는 니콘 오감기록단 전시다. 해당 전시는 앞서 출시된 DX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인 니콘 Z fc를 활용해 8명의 오감기록자들이 촬영한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설명에서는 각각의 오감기록자들이 남긴 문구, 그리고 촬영한 사진들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반대편 책장에서는 니콘 사용자들이 남긴 오감기록 매거진이 전시돼 있으며, 편하게 책자를 열어서 소중한 기록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니콘 공작소의 핵심은 새로 출시된 니콘 Z f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니콘 Z f는 니콘의 필름 시절을 이끌었던 니콘 F3와 니콘 FM2의 디자인을 디지털로 해석한 제품이다. 특히 니콘 FM2는 완전 기계식 수동 카메라라는 매력, 그리고 당시로서는 최고의 신뢰성과 성능을 앞세워 사진가라면 꼭 한 대쯤은 갖고 싶어 하는 카메라였다. 그렇다 보니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카메라 중 하나며,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한 제품이기도 하다. 그 디자인을 2023년 지금 다시 한번 미러리스 카메라로 되살린 것이다.
실질 스펙은 전문가 급, 직접 만져보니
전시장 한쪽에는 니콘 Z f를 비롯한 다양한 카메라 및 렌즈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니콘 Z f는 245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를 갖춘 디지털 카메라로, 니콘 Z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복고풍의 디자인을 갖췄지만 니콘 Z9에도 탑재된 엑스피드 7 이미지 처리 장치와 3D-트래킹을 지원하는 고성능 AF를 갖추고 있다. 특히 -10EV 상당의 초저조도 환경에서도 초점을 검출하며, 바디 내에서 최대 8단(스톱) 상당의 손떨림 보정 효과를 적용해 핸드핼드 촬영에서도 강점을 발휘한다.
영상 기능 역시 H.265 포맷 기반의 4K 60p 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125분을 연속으로 기록할 수 있다. 동영상 촬영 중 셔터 스피드를 고정한다거나, 초점 포인트에 최적화된 손떨림 방지 기능 등도 갖추고 있어서 영상기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과거 제품을 본뜬 제품인 만큼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은 조금 딱딱하다. 여타의 Z 시리즈 카메라는 모두 그립이 돌출돼 꽉 잡기가 좋은 반면, Z f는 일자 형태로 돼있어서 카메라를 꽉 쥐기가 쉽지 않다. 인터페이스나 다이얼의 배치 등도 직관적이긴 하더라도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그런 불편함도 니콘 Z f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니콘 Z f와 함께 출시된 니콘 니코르 Z 135mm f/1.8 S 플레나 렌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플레나 렌즈는 니코르 Z 58mm f/0.95 S 녹트(Noct) 렌즈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부여받은 고성능 중망원 단초점 렌즈로, 풍경부터 인물, 영상 촬영에 이르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니코르 Z 135mm f/1.8 S 플레나는 최대 개방에서 전 영역에 원형에 가까운 빛망울 표현(보케)이 가능하고, 니콘 S 렌즈 라인업에 걸맞은 우수한 해상력과 광학 성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니코르 Z 135mm f/1.8 S 플레나 자체는 일반 사진가보다는 작품 사진이나 인물 촬영 등 미려한 표현이 필요한 경우에 쓰기 좋다.
기록공작소 한편에는 이 날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참여형 이벤트인 ‘오늘기록소’가 있다. 테이블에 있는 주문서에 오늘 느낀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기록한 뒤 스태프에게 전달하면 현장에서 엽서 세트를 받을 수 있다. 전달한 엽서는 12월 어느날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기억을 되살려볼 수 있겠다. 소소한 행사지만 다시 한번 여운을 주고자 하는 니콘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행사장 주변을 둘러보면 그간 니콘이 선보였던 다양한 굿즈나 크리에이터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새로 출시된 제품 이외에도 다양한 고성능 렌즈 및 제품군을 직접 만져보고 조합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사전에 예약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니콘 Z f를 일정 기간동안 대여해주고 있으며, 현장에 방문한 고객에 대해 선착순으로 니콘 Z fc를 대여해주고 있다. 니콘 Z 시리즈 제품에 대한 현장 할인 및 판매도 진행되고 있으니 평소 눈여겨보는 제품이 있다면 오는 주말 사이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니콘의 디자인 철학 계승, 틈새 전략 통할까
니콘이 레트로 제품 복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니콘은 2013년 11월에도 니콘 D4와 동일한 센서를 탑재한 고성능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인 니콘 Df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단순히 복고풍을 넘어서 과거에 생산된 수동 렌즈를 개조하지 않고 디지털에 장착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으며, 지금도 수동 렌즈 사용자들이 중고 제품을 거래할 정도로 회자되고 있다.
니콘 Z fc에 이어 출시된 니콘 Z f 역시 이런 니콘의 전략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필름 시대를 겪지 않은 사진가들이 간편하게 구 세대 제품과 같은 느낌으로 사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니콘 FM2를 접했던 세대는 최신 기술로 그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가격은 288만 원대로 비교적 비싸지만, 천편일률적인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나만의 감성을 담은 제품을 쓸 수 있다는 특별함에서 주목받고 있다. 니콘 기록공작소는 12일 개막해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며, 자세한 정보는 니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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