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서명 재탕해 증권계좌 1662건 개설한 대구은행

이용안 기자 2023. 10. 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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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옥

대구은행이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증권계좌신청서 사본을 활용해 1662건의 계좌를 부당하게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임직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구은행 금융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56개 영업점에서 직원 114명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고객 1552명의 예금계좌와 연계해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하게 개설했다. 다만, 이 증권계좌들에서 발생한 자금이체나 주식 매매 등 실제 거래 내역은 없었다.

직원들은 고객이 A증권사의 계좌를 만들기 위해 직접 서명한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B증권사의 계좌개설에도 활용했다. 금감원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출력본을 쓴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빙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시중은행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직원들은 출력본에 기재된 증권사의 이름,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해 다른 증권사의 계좌개설에 재활용했다.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신청서 상 증권사 이름 등이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669건이나 있었다.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과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한 사례도 32건 존재했다.

사고 배경은 실적이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와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점이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KPI의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고객당 1계좌에서 2계좌로 확대하고 이를 개인 실적에도 중복반영했다. 실제로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 90.5%가 KPI가 바뀐 지난해 만들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도 예금 연계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KPI에 이를 반영하지 않거나 1계좌나 계열 증권사의 계좌만 인정하는 등 영업점 직원이 증권계좌 개설 업무를 무리하게 취급할 유인은 적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대구은행은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면서도 관련 내규 등 별도 업무처리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고객이 전자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출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타 증권사 계좌를 개설할 때도 이용 가능하도록 운영했다. KPI 강화 등으로 부당 취급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자점감사 기준 등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내부통제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또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보고를 늦춘 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더불어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근본적으로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한 데 주로 기인한다"며 "은행권에 준법경영 문화가 정착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가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될 때까지 강도 높은 감독 활동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매 분기마다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세부 이행현황을 점검해 미흡한 사항은 신속히 보완토록 조치할 것"이라며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부문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해 평가비중을 확대하는 제도 개편방안을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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