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도'는 싫다는 김포시…"차라리 서울로 편입시켜 달라"
'서울확장 억제' 금과옥조 깨지나
경기북도 할 바엔 서울 편입 추진
김포 교통문제 등 지역현안 한번에 해결
군위군 공항 받고 대구시로 편입
35년간 멈춘 '서울 확장' 재개될까
경기도는 '강력 반발' 불 보듯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신설을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가운데, 경기 김포시가 경기북도에 편입할 바엔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다. 아직까진 원치 않는 경기북도 편입을 저지하기 위한 지역 내 캠페인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서울시가 경기도 지자체를 흡수해 영역을 키우는 '서울 확장론'과 맞닿아있는 민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포시가 경기북도 편입에 반대해 서울로의 편입을 본격 추진한다면 남·북도 분리를 추진 중인 경기도로선 상당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홍철호·김병수 "경기북도 될 바엔 서울시 편입 추진"
12일 김포시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당원 행사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보다 서울시 편입이 낫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22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홍 전 의원은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역에 건 현수막에서도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내용을 담았다.
김포가 고향인 홍 전 의원은 20대, 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새누리당·김포시을)된 인물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자수성가형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김병수 김포시장과 김포시도 '경기북도' 편입보단 서울시에 편입되는 게 낫다고 보고, 관련 문제를 조만간 공식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실무진 차원에서 서울시 편입에 대한 기초적인 스터디를 끝냈고, 서울시와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다는 계획이다. 김 시장은 홍 전 의원의 현역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은 인연으로 김포 시장직에 출마했고, 두 사람은 정치적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포시 관계자는 "당장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자는 게 아니라 경기도가 김포의 북도편입을 추진한다면 차라리 서울시가 낫다는 차원"이라며 "김포시는 애초에 경기북부와는 인연이 별로 없을 뿐더러, 주민들도 김 지사의 '분도론'에 미지근한 반응을 나타내왔다"고 설명했다.
김포시는 서울시로 편입되면 주민 혜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서울시 강서구와 양천구 일원도 김포시였을 만큼 서울과 김포는 물리적, 정서적으로 가깝다. 현재는 강서구에 편입된 '김포공항'이 그 흔적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적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골드라인 사태'로 표출된 교통현안을 해결할 묘안이다. 시 관계자는 "홍 전 의원과 김 시장은 21대 국회에서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을 고양시 대신 김포시에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인데, 애초에 김포시 권역이 서울시였다면 이런 노력 자체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로서도 김포를 편입할 경우 1995년 광명시 철산동 일부 지역의 금천구로 흡수한 이후 605㎢로 묶여있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서울시엔 새로 개발 가능한 대규모 택지가 없다시피 하고, 도심 내 기피시설을 이전할 부지를 찾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김포시의 면적은 276㎢로 서울시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데, 서부에 바닷가를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등을 사업도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서울 확장 억제' 금과옥조 깨지나
그러나 현재까지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서울시는 일제시대 이후 인근 지자체를 흡수하면서 줄곳 커졌지만, 1990년대 1기 신도시 조성 이후엔 영역 확장이 억제돼왔다. '서울 집중 문제'를 해소하려면 더 이상의 확대는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인구는 1000만명이 무너진 데 이어 900만이 위태로운 상태다. 서울시 영역이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등 다른 '메가도시'에 비해 작아, 서울이 더 확장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1일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군위군 사례를 비추어봤을때 김포시의 서울 편입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위군은 대구공항의 대체부지를 유치하며 '대구 편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 확정 당시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생니를 뽑는 심정으로 군위군을 대구에 편입시킬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도가 북부 시·군의 분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될 시기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포시는 국회에 발의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법(김민철 안)엔 '북도'에 포함될 11개 시군 중 하나로 포함돼 있지만, 경기도가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주민투표 대상에선 제외돼 있는 등 사정이 다소 복잡하다.
만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본격 추진된다면 경기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어떤 광역 지자체도 영역이 줄어드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는 점에서다. 시·군이 소속 광역지자체를 변경하기 위해선 국회의 이중, 삼중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데, 이 설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홍 의원이 '서울 편입론'을 지역 정가에 던졌지만, 지역 내 여론은 현재까진 큰 동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위군 사례처럼 김포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크고, 주민들로서도 '서울 시민'이 되는 걸 꺼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만일 김포시가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 앞서 '서울 편입론'이 불거진 적이 있는 하남시와 구리시 등도 다시금 서울 편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김포시와 이와 관련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만약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서울도 다시 인구 1000만 도시라는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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